‘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시작했다.
무수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굳게 닫혀 있었던 제이유(JU)그룹 전 회장 주수도씨의 입이 열리면서 JU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15일 주씨 등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JU의 로비는 정치권, 청와대, 관계, 시민단체, 언론계를 총망라한 전방위 로비 형태로 이뤄졌다. 정치권의 경우 염동연 중도개혁통합신당 의원과 신상우, 이부영 전 의원이, 청와대에서는 강모 전 행정관이 검찰 조서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계에서는 이날 JU 등 3개 기업으로부터 15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뉴스 전모 사장과 JU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SBS 전 부장 임모씨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
시민단체 서모 목사는 JU로부터 복지사업비 명목으로 4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지난해 밝혀진 바 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이 자금이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품 로비가 집중된 시기는 2004년과 2005년이다. JU는 2004년 업계의 향후 사업방향을 좌우할 방문판매법 개정이라는 대형 이슈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다단계 업체에 유리하게 법안 개정을 이끌어내야 할 입장이었다. 그 해 10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또 불법 다단계 등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던 주씨의 멍에도 벗겨내야 할 입장이었다. 정관계 로비에 나서야 할 이유가 충분함을 넘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던 셈이다.
실제 주씨가 정치권 인사들에게 돈을 건넨 명목도 JU의 활로와 밀접히 연관된 내용이었다. 주씨는 검찰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방문판매법 개정 등과 관련해 JU가 사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달라” “세무조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사면ㆍ복권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도 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했던 시기였다. 17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2004년 4월에 실시됐기 때문이다. 실제 1차 JU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총선을 전후한 시기에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 지역에서 주씨의 차명계좌를 통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했었다. 지금까지 JU 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법 처리된 인사들도 대부분 이 시기에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달된 자금이 상당한 거액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종합일간지 기자 출신인 전 청와대 행정관 강모씨의 경우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정치인들도 1인당 1억원 이상의 거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JU가 세무조사 무마와 주씨의 사면ㆍ복권, 향후 사업 보장 등을 위해 정치권과 청와대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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