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논란 끝에 서귀포 강정마을 해안의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도민 여론조사에서 54%가 찬성한 것을 명분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제주 남쪽의 해상교통로를 지키고 해양분쟁에 대비한 해군 거점을 확보할 길이 열린 것을 반길 만하다.
그러나 모든 군사기지가 명암이 뚜렷이 갈리듯이, 제주도의 대규모 해군기지가 안보와 국익,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유익할 것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제주도민의 이해를 넘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군사적으로 분명 쓸모가 많지만, 넓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현명한 선택인지는 따로 논할 문제다.
제주 해군기지는 이른바 '대양 해군'을 지향하는 데 요긴하다. 북한의 해상도발을 억지하고 연안 방어에 주력하던 사정이 바뀌고 국가 활동영역과 해군력이 크게 성장한 마당에는, 멀리 남중국해와 말라카해협에 이르는 해상교통로를 지키는 해군력의 장거리 투사를 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제주 남쪽 해역에 전설의 섬 이어도 영유권과 석유ㆍ천연가스 자원을 둘러싼 중국 일본 등과의 분쟁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면, 진해 모항보다 가까이 전초기지를 두는 것은 바다의 주권 수호에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사적 필요와 국가전략적 이익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제주 해군기지가 '동북아 평화 허브' 구호와 어긋나기 때문만이 아니다. 천혜 환경을 해칠 우려 때문만도 아니다.
기지건설비 8,000억원 등도 감당할 만하다. 그보다 심각하게 고려할 것은, 우리가 먼저 제주를 전략적 전초로 삼으면 부근 해역이 일본 중국 등 강성한 나라들의 전략적 이해가 맞부딪치는 분쟁의 초점이 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키나와 등에서 철수하는 미 해군이 연합훈련 등을 명분으로 자주 드나들 경우, '평화의 섬' 제주는 안팎의 반발에 시달리는 '불화의 섬'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국방부와 제주도에만 맡기거나 요란스레 떠벌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표나지 않게 기지 규모를 조절하고 조용히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