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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과수 폭포 보며 혁신 배우겠다는 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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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과수 폭포 보며 혁신 배우겠다는 감사들

입력
2007.05.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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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사 20여명이 '공공기관 감사 혁신 포럼'을 연다며 남미 관광지로 출장을 떠났단다. 칠레의 국민연금과 국영방송,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항만국, 아르헨티나 수자원공사 등 네 곳이 1인 당 800만원이 넘는 경비를 소속 공기업이 지급한단다. '공공기관 감사업무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라니 크게 아까울 것은 없다. '신이 내린' 혹은 '신도 모르는' 직장의 나태함과 비효율을 시정하겠다는 대감님들의 의지와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불경하다.

근데 참으로 요상하다. 생각이 짧고 편견이 앞서는지 모르나, 값비싼 항공기 비즈니즈석까지 타고 남아메리카에 가서 뭘 배우고 느끼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쪽이 감사업무에 관한 한, 투명성과 민영화 등에서 세계적으로 모범이라는 뉴스를 접한 적도 없다. 일정을 보면 더욱 웃긴다. 세계 3대 폭포 중의 하나인 브라질 이과수 폭포에서 '이(異)문화' 를 체험하기 위해 2박3일을 쓴단다. '공무 출장'을 떠난 면면을 살펴보니, 노무현 정권을 만든 2~4등급 공신들이 즐비하다.

공기업 감사는 회사 서열 2위로 대접받는다. 최고경영자(CEO)의 전횡을 견제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뿌리내리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책임은 별로인데 연봉이 2억~3억원에 이르고 차도 별도로 지급할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급여와 처우가 CEO에 뒤지지 않는 이유다. 서민층의 연봉에 가까운 돈으로 출장 운운하는 도덕성 및 절제의 배반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남미에 가서 감사업무의 혁신을 알리고 배우겠다는 출장 이유는 언뜻 그럴싸하다. 많이 배워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배움을 왜 국민의 세금으로 돌봐야하는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아마 책임을 못한 죄로 모두 이과수 폭포에 빠져죽음으로써 세계에 감사업무의 엄중함을 알리려는 의도인 모양"이라는 비아냥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도덕적 논란을 넘어 범죄적 차원에 이른 허섭스레기 행태가 노무현 정부 주변에서 이뤄진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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