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는 한국 소설의 활로를 창조적 장편의 양산으로 뚫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2007년 여름호는 장편소설 부진의 원인을 짚고 장편의 문학적 가치와 전망을 탐색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창작과비평>
문단에서 장편보다 단편 집필이 활발한 이유에 대해 소설가 김연수씨는 “문학 제도 자체가 단편 위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문예지에서 주로 단편 투고를 요구할 뿐더러 작가 입장에서도 단편 여러 편이 같은 분량의 장편에 비해 품이 덜 들고 원고료 수입은 되레 많다는 것이다.
최재봉 한겨레 기자는 유력 문학상이나 문화예술위원회 작품 지원금이 주로 단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평론가들 역시 대중 독자의 장편 선호와 동떨어져 여전히 단편에 집착하는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장편의 위기는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측에 책임이 있다”고 일갈했다. 좋은 장편소설이 나오려면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견디면서 꾸준히 글을 쓰는 ‘전업작가’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이름이 좀 알려지면 “대학 문예창작과에 교수 자리가 나면 들어가 주저앉아버리고 만다”고 황씨는 꼬집는다.
평론가 최원식씨는 “근대 이전부터 대작을 많이 생산한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에겐 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통이 두텁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장편 집필에 필수적인, 두터운 사회계급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눈이 부족하다 보니 지배층과 지식인층이 희화화되곤 한다”며 작가들의 통찰력 부족을 지적했다.
최씨는 홍명희의 <임꺽정> 을 예로 들며 서구식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극복한 우리 만의 새로운 서사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꺽정>
한편 장편소설의 르네상스 도래를 낙관하는 의견도 있었다.
평론가 서영채씨는 “새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80년대 문학적 파토스, 그 반동으로 짙은 환멸로 치달은 90년대 초중반의 환멸의 정조를 넘어 공지영, 김영하, 박민규, 정이현 등 30, 40대 젊은 작가들은 새로운 스타일과 감수성을 담은 장편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자의 눈높이를 배려하면서 진지한 메시지도 잃지 않는 균형감을 서씨는 이 작가들에 대한 기대감의 이유로 꼽는다.
평론가 정호웅씨는 김원일의 <전갈> , 조정래의 <인간연습> , 이문열의 <호모 엑세스쿠탄> 등 중진 작가들의 활발한 장편 생산에 주목했다. 농익은 작가정신과 단련된 필력을 바탕으로 내용 및 형식 면에서 새로운 실험을 추구한 이들 작품이 한국 장편소설의 지평을 넓히는 동력이 되리라는 기대를 정씨는 숨기지 않는다. 호모> 인간연습> 전갈>
김영하의 장편 <빛의 제국> 과 김연수의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을 분석한 평론가 진정석씨는 “여러 경로로 추진되고 있는 장편 활성화 움직임은 대중성ㆍ보편성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한국문학에 하나의 전환점이자 위기 속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인> 빛의>
이훈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