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는 돈이 29만원 밖에 안된다는 독재자의 법정진술을 듣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벼운 사랑이야기(<순정만화> ), 공포 미스터리( <아파트> ) 등 다양한 소재의 만화로 독자를 사로잡은 강풀(33ㆍ본명 강대영ㆍ사진)씨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다룬 <26년>을 출간했다. 아파트> 순정만화>
5ㆍ18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학살한 죄책감에 시달려온 대기업 회장이 암 선고를 받은 뒤 시민군에 참여했다 부모를 잃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젊은이 5명과 함께 당시 학살 최고 책임자를 암살한다는 팩션(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재창작한 장르)으로 3권으로 묶여 나왔다.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에 연재되는 동안 하루 조회수만 200만 건을 기록했고, 만화를 읽은 네티즌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다시 법정에 세우자’는 인터넷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독재자의 아들과 미모의 여성 탤런트와의 결혼’ 정도의 가십거리로나 그 시대와 광주를 떠올리는 젊은 세대가 강풀 만화의 주 독자층이다. 그런데도 그는 왜 이 민감한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루었을까.
“94학번인 저도 사실 광주문제를 피부에 와 닿게 느낀 세대는 아니지만, 어느 해 5월이었는지 ‘아, 어제가 5ㆍ18이었지’ 하고 무심코 지나가는 저를 발견했어요. 언젠가는 젊은 세대에 5ㆍ18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대중만화로서는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룬 작품인 만큼 그로서도 작품 제작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다. 유족과 당시 시민군 등 관련자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광주를 내려갔고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조언 등을 듣느라 연재기간 내내 3,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현재 영화화를 위해 시나리오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와 폭력적인 문제해결방식 때문에, 영화 <그 때 그 사람들> 처럼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다. 그>
그러나 그는 단호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 정치권에서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했지만 누가 누구를 용서했습니까.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그 시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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