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사상 처음으로 대형 여론조사 기관 16곳에 대상으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부동층 유권자의 선택이 여론조사 결과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되는 ‘밴드웨건 효과’의 부정적인 영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선관위는 9일 한국갤럽과 미디어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16개 여론조사 기관에 공문을 발송, 이들 기관이 올해 실시한 45차례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사용한 질문지와 조사설계서, 표본 선정방법, 조사지역, 응답률 등 관련 자료를 15일까지 제출토록 요구했다. 안효수 공보과장은 “선거법 108조에 규정된 대로 설문 문항의 구성과 조사대상 선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실질적인 배경에는 일부 기관이 특정 주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조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 기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고, 특정 대선주자 진영과 특정 여론조사 기관 사이의 금전 거래가 투명하지 않다는 첩보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편이다.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은 지난달 20일 한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선관위에 실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선관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공표나 보도를 목적으로 한 여론조사에 대해 사전 심의가 가능토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ㆍ탈법 선거운동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다 불공정 여론조사의 경우 사후 시정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여론조사의 출판 및 방송에 관한 법률’을 모델로 사전심의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양금석 공보관은 “갈수록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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