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발트 해역, 중남미 등 최근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룩한 신흥국들이 '성공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4일 올들어 세계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베트남 증시가 붕괴 위기에 처했으며,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통화가치가 급등해 수출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트해 국가인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는 한해 동안 집값이 평균 67% 급등했다.
워싱턴의 국제금융센터(IIF)에 따르면 올들어 신흥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4,690억달러에 달했다. 2005년 이후 누적 집계로는 무려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규모는 이전 3년 새 유입된 자금의 2배에 해당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전문가는 "이것이 모두 성공의 대가"라며 "신흥시장에 넘쳐 들어온 자금으로 인해 거품이 폭발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라트비아와 루마니아의 경제는 경착륙 위험이 제기되고 불가리아와 에스토니아는 막대한 경상적자로 인해 이들 나라에 대한 투자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3월 IMF로부터 경고를 받은 상태다.
ABN 암로 관계자는 "자본 유입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신흥국 정부들이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며 "태국이 지난해 증시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자를 규제한 것이 역효과가 나 증시가 지난 16년 새 최대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JP 모건 체이스 관계자는 "무역과 자본 유입이 갈수록 소화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최대 신흥경제국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 당국이 제조업과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중남미 국가들이 특히 통화가치 상승으로 고심하고 있다"며 "구리에서 콩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값 상승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는 올들어 10% 뛰었으며 브라질 헤알화도 6% 상승했다.
자본 유입이 두드러진 동유럽은 인플레가 심해졌다. 불가리아는 지난 2년 새 부동산 가격이 60% 올랐고, 라트비아의 소비자 물가는 2001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어려움은 더 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진정과 통화가치 급등을 막아야 하는 2중고를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도는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투기자금 반입을 촉진시키는 역효과가 났으며 이 때문에 루피 환율도 뛰어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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