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세관이 불확실한 마약 운반 첩보만을 근거로 40대 마약 전과자를 공항에서 3시간 이상 조사하고 반 강제로 모발을 채취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피해자는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권모(44)씨는 지난달 13일 약혼녀와 해외여행을 다녀오다 인천공항에서 세관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권씨는 약혼녀에게 "오래 안 걸릴 것"이라고 안심시킨 뒤 함께 검색대로 향했다.
하지만 세관은 1시간30분 가까이 검사했다. 둘은 손으로 몸을 수색하는 촉수(觸手) 검사를 받은 데 이어 권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속옷 차림으로 검사까지 받았다. 권씨는 15일 "영문도 모른 채 칸막이 하나 없는 곳에서 장시간 짐 검사를 받아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간신히 세관을 통과한 권씨는 신분증을 내밀며 막아서는 경찰관 5명을 보고서야 사정을 짐작했다. 권씨가 마약을 운반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세관에 수색을 요청했다. 세관은 경찰과 달리 영장 없이도 휴대품 등을 검사할 수 있다.
경찰은 "다른 정보가 있으니 화장실에서 소변검사를 하자"고 요구했고 결과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채 권씨의 모발을 원했고, 권씨는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 동의서를 쓰고 100개 가까운 머리카락을 뽑아줬다.
권씨는 "설사 마약을 소지했더라도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게 옳은 일이냐"며 "3번의 마약 투약 전과가 있지만 약혼녀의 격려로 새 출발을 다짐했는데 파혼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재범률이 높은 마약 사건의 특성상 철저하게 조사했을 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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