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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명희 소설 무대 삭령 최씨 종가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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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명희 소설 무대 삭령 최씨 종가 화재

입력
2007.05.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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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명희(1947~1998)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였던 종가(宗家)에서 불이나 본채가 완전히 소실되고 주인공의 모델이 됐던 종부(宗婦)가 숨졌다.

15일 새벽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 삭령(朔寧) 최씨 폄재공파 종가에 불이나 12대 종부 박증순(93)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불은 목조 기와건물 5채 중 본채 84㎡를 완전히 태워 2,9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1시간30분만에 꺼졌다. 박씨는 소설 주인공 ‘효원아씨’의 모델이 됐던 인물이다.

종부 박씨는 친척 박모(80ㆍ여)씨와 함께 이 집에서 지내왔다. 박씨는 “갑자기 불꽃 튀는 소리가 나 잠에서 깼는데 다른 방에서 불길이 치솟아 서둘러 밖으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방화나 실화의 흔적이 없어 숨진 박씨 방에 있는 변압기 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1905년에 지어진 이 집은 문화재 등록대상이 아니라 시의 관리를 받지 않고 있다.

박씨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종손인 강모씨와 결혼한 효원아씨, 박씨의 시어머니는 율촌댁, 시할머니는 청암부인의 모델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예컨대 소설 속 최씨 집안은 가난한 것으로 묘사됐으나 실제로는 부유했다. 작가 최씨는 외가인 노봉마을을 드나들다 종부 박씨의 얘기를 듣고 소설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18세에 전남 보성에서 시집와 평생을 이곳에 살았으며 한국전쟁 때 남편을 잃고 6남매를 홀로 키웠다. 둘째 딸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영희(68)씨이며, 아들 강원(63)씨는 서울대병원 내과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 ‘혼불문학관’ 문화해설사 황영순(54ㆍ여)씨는 “박씨는 나이에 비해 기억력이 좋고 건강해 평소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소일했다”고 말했다. 삭령 최씨 집안은 문과 12명과 무과 14명의 급제자를 배출, 남원에서는 ‘최(삭령) 이(전주) 안(순응) 노(풍천)’ 4대 명문가에 속한다.

최씨 종가는 구한말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며느리의 애환을 그린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가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인근에는 2004년 건립된 혼불문학관이 있다.

박씨의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리며 발인은 18일, 장지는 종가 옆 선산이다.

남원=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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