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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 격랑… 등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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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 격랑… 등수가 바뀐다

입력
2007.05.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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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를 키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려던 미국 ‘빅 3’의 시도가 대실패로 막을 내리고 있다. 이미 경영난에 빠진 GM과 포드에 이어 크라이슬러마저 재정적 후원자인 독일 다임러에게서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물론 세계자동차 시장은 또 한번의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미국 GM과 포드는 1990년대 이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사브, 마쯔다, 볼보 등 외국업체를 대거 M&A함으로써, 세계 자동차 시장 제패를 노렸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한때 한국의 현대차 지분을 보유하는 등 글로벌 합종연횡을 주도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면,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 것이 화근이 돼 사실상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1990년대 공격적 M&A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회오리를 일으켰던 장본인들이 이번에는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크라이슬러의 미래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크라이슬러 분리매각은 1998년 독일의 다임러벤츠가 당시 36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함으로써 성립된 ‘세기의 결혼’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매각은 지분의 80%에 해당하는 가격이지만 고작 74억 달러에 불과, 인수 당시 가격의 5분의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만큼 98년의 가치에 비해서도 크라이슬러의 기업가치가 형편없이 추락했다는 얘기다.

전설적 CEO 아이오코카의 크라이슬러가 이렇게 초라해진 것은 다임러측이 지난 9년간 추진했던 구조조정노력이 미국의 강력한 자동차노조과 막대한 연금부담 등에 막혀 수포로 돌아간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에 크라이슬러가 기업 구조조정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PEF)인 서버러스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서버러스가 향후 구조조정을 거쳐 크라이슬러를 GM 등 미국 업체나 현대 등 제3자에게 재매각 할 경우, 세계 자동차 시장은 사상 초유의 재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시장에서 메이커별 점유율 순위는 GM 1위에 이어 도요타 2위, 포드 3위 등이다.

하지만 도요타가 지난해 포드를 추월한 이래 올해는 GM까지 누를 가능성이 높아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경쟁 구도는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전통의 ‘빅3’가 도요타 등 일본 메이커의 공세에 힘겨운 방어를 펴는 가운데 현대ㆍ기아차가 선두권에 다가가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향후 서버러스에 의한 크라이슬러 구조조정이 GM과 포드의 구조조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크라이슬러가 GM 등 미국 업체로 다시 편입될 경우 미국 자동차업계는 강력한 응집력을 갖고 다시 한 번 부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포드의 선택은?

포드 역시 M&A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드자동차의 창업가문인 포드가에서 지분매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포드가 사람들이 지난달 21일 가진 모임에서 지분을 팔거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은행인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를 고용할 것을 요구했고, 빌 포드 현 회장도 이런 내용을 지난 주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이사진에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의결권 기준으로 포드의 지분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포드가의 이 같은 논의는 물론 경영악화 대문이다. 포드는 지난해 103년 역사상 가장 큰 126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점유율마저 일본 도요타에게 2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 판도 변화의 중심 축으로 서버러스를 꼽고 있다. 존 스노 전 재무장관이 이끄는 서버러스의 투자행태가 단기차익을 노리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 165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서버러스는 이미 자동차 부품업체인 타워오토모티브를 10억달러에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 지분 51%를 인수했다.

크라이슬러까지 인수했으니, 이제 명실상부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거느리게 된 셈이다.

한 관계자는 “서버러스가 자동차 전문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크라이슬러를 기반으로 추가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서버러스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 상위 5대 업체끼리의 경쟁이 격화하는 등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조철환기자 cho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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