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을 보고 무용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무용은 거의 나오지 않으니까요.”
현대무용가 홍승엽(45)씨가 오페라의 안무를 맡았다. 국립오페라단이 다음달 14~17일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하는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 가 그의 첫 오페라 안무작이다. 보체크>
홍씨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최고의 안무가. 오페라는 물론, 다른 예술 장르에 참여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영화 한 편의 춤 장면을 만든 적은 있지만 작품 전체에 관여한 적은 없다.
<보체크> 는 독일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 를 원작으로 1925년 초연된 현대작. 기존의 조성 체계를 벗어나 무조 기법으로 쓰여진 최초의 오페라다. 부정한 애인을 살해한 군인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무너져 가는 개인의 모습을 그렸다. 현대인의 문제의식을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풀어온 홍씨와 그리 멀지 않은 작품인 셈이다. 보이체크> 보체크>
사실 <보체크> 는 춤의 비중이 큰 작품이 아니다. 홍씨 역시 처음 음악을 듣고 춤으로 풀어낼 부분은 많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의 역할이 안무자라는 이름과는 맞지 않다. ‘동작 연출’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체크>
성악가, 무용수, 연기자들의 위치와 제스처, 동선 등 무대 위의 모든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가 맡은 일이다. “단순히 춤추는 장면을 안무하는 것이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겁니다. 노래 뿐 아니라 신체와 움직임으로 그 캐릭터를 설명하는 작업입니다.”
연출가 양정웅씨는 “홍승엽씨가 만든 보체크의 걸음걸이를 보고 이것 역시 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연출자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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