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5) 과장은 요즘 증시 관련 뉴스만 보면 조바심이 난다. 대부분 직장 동료들이 한두 개 주식형 펀드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혼자만 뒤쳐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펀드에 가입하려 해도 갑갑하긴 마찬가지. 종합주가지수가 1,600을 넘어선 요즘 펀드에 가입했다가 상투를 잡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또 펀드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많다 보니 좋은 펀드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 만큼이나 막막하다. 과연 좋은 펀드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골라야 할까. 김 과장의 고민을 풀어보자.
● 수익률 기복 적은 펀드 골라라
펀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인터넷이나 신문지상을 통해 공개되는 펀드의 단기수익률 순위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을 투자자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단기수익률이 최상위권인 펀드는 투자대상의 가격 변동성이 크거나, 펀드 운용스타일 면에서 고위험ㆍ고수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펀드들은 주가 하락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려면 단기수익률보다는 판매사나 펀드평가사, 자산운용협회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펀드의 장기 성과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운용기간이 3년 이상 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면, 시장상황에 따른 부침이 심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익률과 더불어 펀드평가사가 부여하는 펀드 등급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투자 스타일-투자 내역 일치 확인을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도 상품의 내용물을 꼼꼼히 확인하듯 펀드 투자 역시 내용물, 즉 포트폴리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펀드가 표방하고 있는 투자 스타일과 실제 투자내역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령 겉으로는 저평가ㆍ가치주 투자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투자는 변동성이 큰 종목들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라면 자칫 시황 변동에 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펀드매니저가 지나치게 자주 바뀌지는 않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면 펀드가 당초 내세웠던 운용스타일을 고수하기가 힘들다.
한국펀드평가 유중열 본부장은 "최근에는 운용사들이 펀드매니저 개인의 재량은 축소하는 대신 전체 자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운용사가 정한 모델 포트폴리오로 채우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중시하고 있다"며 "뉴스나 펀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통해 운용사의 투자철학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수익률 지켜보며 미래 동향 예측해야
전문가들은 또 펀드 투자는 가입신청서와 투자설명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한 뒤 그냥 묻어만 놓으면 수익이 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매달려 자신의 계좌를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펀드투자 역시 주식 직접투자처럼 꾸준히 수익률을 관찰하며 미래 동향을 예측해야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민주영 연구원은 "펀드는 장기투자가 원칙이지만 최소 6개월 이상 투자성과를 살펴본 후에도 수익률이 형편 없다면, 원인을 꼼꼼히 따져본 뒤 더 좋은 펀드를 골라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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