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이 15일 저녁 여론조사 반영 가중치 조항을 양보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하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큰 정치적 결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유기준 대변인을 통해 “한나라당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강 대표는 이날 저녁 여의도에서 외부 인사들과 면담을 갖던 중에 이 전 시장측의 양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강 대표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을 법한 순간이었다. 당 대표직에 의원직 사퇴 방안까지 내건 채 배수진을 치고 두 대선주자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강 대표는 중재안을 내놓은 9일 이후 바늘 방석에 앉은 채 며칠을 보내야 했다. ‘당권을 보장 받는 조건으로 뒷거래를 했다’,‘정치 인생 내내 양지만 지향하던 강 대표가 이번에도 배신 행보를 보였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은 따가웠다. 그는 이 모든 억측에 항변하듯 배수진을 쳤다.그의 정치 인생에서 전례 없는 도박이었다. 한때 두 대선주자는 강 대표의 배수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충돌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주자가 이날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정치 생명을 건 강 대표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번 경선 룰 중재로 그는 4ㆍ25 재보선 참패 이후 맞닥뜨린 리더십 위기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태를 만든 책임을 지고 강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주장은 힘을 잃는 형국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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