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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격 양보/ 이명박 왜 양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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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격 양보/ 이명박 왜 양보했나

입력
2007.05.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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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4일 ‘국민투표율 하한선(67%) 보장을 통한 여론조사 반영방식’을 전격 양보한 것은 “당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당 안팎 여론을 받아들인 결과다. ‘당의 화합과 단합’이라는 명분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판단근거가 됐다. 이 전 시장측은 “당과 나라를 위한 5ㆍ14 대결단”이라고 자평했다.

이 전 시장의 이날 양보 발표는 상당히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까지도 대부분의 측근 의원들은 강경론 일색이었다. 정두언 박형준 의원 등도 오후 5시께 기자회견문 작성에 들어가기 전까지 양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이 기자회견 직전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설명하고서야 의원들이 알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며칠 전부터 결심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견에서 “요즘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고 며칠동안 밤을 지새웠다”며 “오늘(14일) 새벽녘에야 혼자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최종 결심엔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역할이 컸다. 이 부의장과 박 의원은 중립지대 인사인 맹형규 의원을 매개로 박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과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시장은 두 사람과 며칠 전부터 여러 차례 통화 및 만남을 가진 끝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도 “오후에 박 전 부의장 등 한 두 분에게 내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결심은 당의 단합을 우선해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전 시장은 “당을 구한다는 마음, 국민의 따가운 눈총 이런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저만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최우선의 가치는 정권교체”라며 “저의 양보를 계기로 당이 화합하고 단결해서 아름다운 경선을 이루고 이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도 했다.

당의 본선 경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당 내분으로 인한 비판 여론이 많아 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있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 후 측근 의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이 있어야 이명박도 있다”며 “민심을 잃으면 당심도 잃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이 전 시장이 통 큰 양보를 통해 포용력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 전 시장에게 훨씬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캠프 관계자는 “힘의 대결로 간다면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상당히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무적 차원에서는 박 전 대표측이 주장하는 경선 룰이나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나 실질적인 여론조사 반영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대목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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