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의 헤지펀드 설립 허용 검토 발언으로 증권업계, 자산운용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금모집, 운용방식 등에서 전적으로 자유가 보장되는 헤지펀드 설립이 허용되면 한국 자본시장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산운용 실력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도 있고, 반대로 한국의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다.
헤지펀드, 수익증권ㆍPEF와 차이는
헤지펀드는 가장 고도화한 간접투자방식이다. 국내 대부분 펀드(수익증권)와 달리 소수 투자자들로부터 사모(私募)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한다. 때문에 위험이 따르는 고도의 전문 운용기술이 필요하고, 운용방식의 제한도 없다.
예를 들어 수익 기회만 포착되면 레버리지(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키는 것)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과대평가된 주식이 있다면 이 주식을 차입해 매도한 뒤, 가격이 하락하면 싼 값에 주식을 다시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공매(空賣渡)도 허용된다.
이 같은 운용기법은 일반 펀드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PEF 역시 사모로 자금을 모집하고, 공매도 규제도 없지만, 레버리지를 자기자금의 10% 밖에 할 수 없다.
또 PEF는 투자하는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획득하는 등 경영권 참여목적으로만 허용되지만, 헤지펀드는 단기차익을 노리든 경영권을 목적으로 하든 제한이 없다. 정부의 헤지펀드 허용 검토는 한마디로 PEF에 대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양날의 칼 헤지펀드
헤지펀드 하면 1999년 SK텔레콤을 공격해 6,000억원의 차익을 남긴 타이거펀드나, KT&G 경영권을 공격한 스틸파트너스 등 이른바'먹튀'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1996년 2,567억달러에서 2006년 1조2,251억달러로 늘었다.
펀드 수도 2,781개에서 8,987개로 증가했다. 세계적인 저금리로 전통적인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헤지펀드가 전세계 투자자들의 대체투자로 부상한 것이다..
금융시장 입장에서도 금융기법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운용의 자유가 제한되고 '코스피지수+알파'만을 목표로 운용되는 관행 아래서는 운용기법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ㆍ자산운용업계를 실력순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약속한 수익률은 보장해야 한다'는 속성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과도한 차입으로 투기적 운용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투자대상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 기업이야 어찌 되든 차익만 올리면 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기업경영 위축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 여은정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발전 측면에서 헤지펀드 허용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자산운용업계의 실력을 더 높이고, 투자자들의 성숙한 투자의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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