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지구 멸망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에 ‘2036년 소행성충돌설’과 관련된 기사가 실린 것을 국내 언론이 받아서 보도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소행성은 처음엔 ‘2004MN4’로 알려졌지만 이젠 ‘아포피스(Apophis)’라고 불리는 천체다.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아포피스는 악마와 파괴의 신이다. 아포피스는 세상을 영원한 어둠에 가두려는 악마이다.
평범한 소행성에 이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소행성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그 궤도로 보아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경이 400m가 넘는 것으로 추측되는 아포피스는 32일에 한 번씩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돈다. 보잘것없는 크기이지만 빠른 속도로 지구에 접근해 충돌하면 그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계산으로는 약 1,600메가톤의 에너지가 방출될 것으로 보았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에너지의 10만 배가 넘는다.
나중에 그 에너지를 400메가톤 까지 낮추어 예측한 보고서도 있지만 최근의 내셔널지오그래픽 보도처럼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의 5,000만 배 정도의 위력일 것이라고 늘려 잡은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2036년에 아포피스가 지구의 품에 안긴다면 수천㎢에 달하는 지역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구 전체가 충돌로 생긴 먼지 때문에 영향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충돌로 인한 겨울과 같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지진과 해일로 인류의 4분의 1을 쓸어버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아포피스가 지구에 충돌한다는 예고가 나오면 어떤 혼란이 생길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둘 있다. <아마겟돈> (마이클 베이 감독, 1998)과 <딥임팩트> (미미 레더 감독, 1998)다. 딥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시기에 같은 주제를 다루어 화제가 되었던 영화들이다. 아마겟돈에서는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이, 그리고 딥임팩트에서는 뉴욕시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
혜성이든 소행성이든 그 정도 크기의 천체가 지구에 충돌했을 때 발생할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대규모 멸종과 현재 지구 시스템의 완전한 파괴가 따를 것이라는 예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사실은 크고 작은 지구 밖의 천체가 끊임없이 지구에 부딪치고 있다. 대부분의 작은 천체들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찰열 때문에 타버리거나 작은 잔해가 남아 지구 표면에 다다른다.
작은 천체는 불타면서 유성우의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곳저곳에서 발견되는 운석들이 타고 남은 잔해이다. 이 정도면 지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큰 천체가 지구와 부딪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1㎞가 넘는 천체는 수십만 년에 한번씩, 대량 멸종을 야기할 수 있는 6㎞가 넘는 천체는 수백만 년에 한번 씩 지구와 충돌한다. 계산이 맞는다면 인류의 역사에서도 이미 한두 번 큰 충돌이 있어야 했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아포피스가 2036년에 지구에 충돌한다면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0년 남짓이다. 처음에 아포피스는 천체가 지구에 부딪혀 전 지구적인 재앙이 닥치는 경우를 10으로 놓았을 때 (토리노 스케일) 4 정도에 해당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시시각각 달라지지만 이 소행성이 처음 발견되었던 2004년에는 역사가 기록된 이후 가장 높은 2~3%의 확률로 2029년 4월 13일에 충돌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있었다.
지금은 2029년에는 가까이 지나가기는 하지만 실제로 충돌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2029년에 아포피스가 지구 근처를 충돌 없이 지나간다고 해도 지구의 중력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 요인에 대한 계산이 어려워 판단이 쉽지는 않지만 아포피스가 2036년에 다시 지구에 접근할 때는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최근의 계산으로는 그 가능성이 4만3,000분의 1 정도이고 그 위력도 토리노 스케일 0으로 조정되었다.
만약에 아포피스가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면 그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은 영화에서 그랬듯이 돌진해 오는 천체의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아마겟돈> 이나 <딥임팩트> 에서는 모두 핵탄두를 이용해서 재앙의 신을 파괴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마겟돈> 에서 사용한 58메가톤의 핵탄두가 지름 900㎞의 소행성을 파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딥임팩트> 에서 사용한 5메가톤짜리 핵탄두 8개도 수㎞에 달하는 혜성을 파괴하기엔 역부족이다. 딥임팩트> 아마겟돈> 딥임팩트> 아마겟돈>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큰 핵탄두가 58메가톤 급이니 그것보다 더 큰 핵탄두를 만드는 것도 문제거니와 ?큰 위력으로 그 큰 천체를 파괴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아포피스는 그것보다 훨씬 작다. 그래서 아포피스의 손길에서 벗어나는 해법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만발하고 있다. 유럽우주항공국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인공위성과 로켓을 아포피스에 충돌시켜 아포피스가 궤도를 바꾸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추진 우주선도 고려의 대상이다.
‘돈키호테 계획’은 ‘이달고(hidalgo)’와 ‘산초(Sancho)’라는 이름의 우주선 두 대를 아포피스로 보내 이달고는 소행성에 충돌시키고 산초에서 그 궤적의 변화를 측정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현실의 과학자들이 영화 속의 과학자들과 확실히 다른 점은 소행성을 폭파시키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행성이 여러 개로 쪼개지면 오히려 피해를 입는 지역만 넓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지금 소행성이 진짜로 지구와 충돌할 것인지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쯤이면 소행성이 미래에 지나갈 궤도를 훨씬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이때쯤 우리가 아포피스에 어떤 방법으로 대항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아포피스의 궤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가능한 준비들은 지금부터 해 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필요하면 바로 행동에 돌입할 수 있도록.
■ 핵무기로… 우주선으로… 태양에너지로천체의 궤도를 변화시키는 방법
지구 가까이에도 작은 천체들이 많이 있어 언제나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있다. 속도가 빠른 천체들은 지구와 부딪히면 훨씬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지구로 다가오는 천체들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들이 여럿 제시되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핵미사일을 다가오는 천체에 적중시켜 증발시켜버리는 방법. 오늘날 기술로 보면 1킬로미터 크기의 천체까지는 이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35미터가 넘는 조각이 남을 경우 대기권에서 다 타버리지 않고 지구에 충돌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래서 충분한 거리에서 작은 핵무기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 경우에 문제는 우리가 지구로 다가오는 천체를 충분히 미리 감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다른 방법은 역학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다. 우주선을 다가오는 천체에 충돌시키는 것이다. 유럽우주항공국에 따르면 아포피스의 경우에 1톤 미만의 보통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것만으로도 그 궤도를 많이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역학적인 충격이 아니라도 단지 우주선과 소행성 사이의 중력의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소행성을 위협적이지 않은 궤도로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여러 해 전에 위협적인 소행성의 궤도가 알려져야 하고 우주선이 여러 해 동안 소행성 주위에서 계속 맴돌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태양 에너지를 소행성의 표면에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쪼여서 소행성의 물질들을 증발시키는 방법도 있다.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 거대한 볼록렌즈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그 밖에도 소행성 위에 추진체를 설치해서 천천히 소행성을 미는 방법, 소행성을 반사를 잘하는 필름으로 둘러싸거나 이산화티타늄 먼지를 입혀 빛의 압력으로 궤도를 바꾸도록 하는 방법, 태양 광선을 받을 수 있는 거대한 돛을 소행성 위에 세우는 방법들이 지구를 침범하는 천체들에 맞설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과학평론가ㆍ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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