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대표는 이번 경선 룰 파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정치권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실리’를 챙기고 이 전시장은 ‘명분’을 얻었지만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극한 대치를 일거에 풀어 상황을 반전시킨 이 전 시장측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이 많다.
이 전 시장측은 수정 제안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앞선 사람이 양보해야지, 그리 자신이 없느냐”는 양보론에 시달렸다. 이 전시장측은 “박 전 대표측이 양보론을 의도적으로 퍼뜨리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여론은 아무래도 선두 주자인 이 전 시장에게 다소 비판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었던 게 사실.
한겨레신문이 12일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36.5%)이 ‘이 전 시장이 양보해야 한다’(29.7%)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2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지지율을 감안한다면 이 전 시장에게 결코 우호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이 전시장으로선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긍정적 흐름으로 반전 시키게 된 게 가장 큰 득이라는 지적이다.
중립 성향인 권영세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이 ‘통 큰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해 박 전 대표보다 정치적으로 득을 본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강 대표가 사실상 이 전시장에게 다소 유리한 안을 내고, 박 전 대표측과 마찰이 생기는 것을 보며 당내에는 대세가 이 전 시장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여기에 이 전 시장이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모양을 취함으로써 더욱 후한 점수를 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어차피 이번 싸움은 양보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즉 져야 이기는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얻은 것도 만만치 않다. 박 전 대표는 다시 한번 원칙을 중시하며, 이를 관철시키고야 마는 원칙론자의 이미지를 재확인했다. 자신이 옳지 않다고 한번 생각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것으로 여겨지던 ‘여론조사 67% 가중치 조항’을 없애버린 것도 경선에선 실리적으로 무시 못할 득이 될 수 있다.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이 전 시장측과 당권싸움이 붙었을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자신에게 우호적인 강 대표 체제를 유지하게 된 것도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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