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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의씨 '사랑하기에' 책 수입금 성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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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의씨 '사랑하기에' 책 수입금 성금으로

입력
2007.05.1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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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내 평생의 연인!’

그는 오늘도 창 너머 달빛을 응시하며 편지를 적어 내린다.

매일같이 자정이면 한 통 두 통 띄운 편지가 어느새 1,300번째를 훌쩍 넘어섰다.

전자우편을 타고 날아간 그의 편지를 매일 여는 상대는 70대 할머니. 40여년 전 다닌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송양의(55ㆍ우리은행 영등포중앙지점 부장)씨는 나이 오십줄에 들어서면서 문득 가슴속을 파고드는 ‘특별한 스승’에게 사로잡혔다. 충남 청양 칠갑산 자락에서 자신을 가르친 이신자(73ㆍ여)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쳤다. 어린 눈에 한없이 예쁘기만 했던 여선생님은 그가 여전히 품고 사는 짝사랑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4일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닥쳤다. 모교인 화암초등학교 총동창회 자리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동심 속의 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날 밤 재회의 감격을 억누르지 못해 어둠을 사르다 집안의 컴퓨터를 열었다. 그리고 연상의 할머니를 향한 ‘러브레터’를 써 내려갔다.

“살며시 오세요.

활짝 열지 마세요.

애써 감추지 못한 그리움 탄로 날까 두려워요.

사뿐이 오세요.

긴 기다림의 맛을 느끼도록”

새벽녘이면 선생님의 글이 화답했다.

그는 사랑, 인생, 추억 등이 담긴 시와 수필을 매일 쓰고 또 썼다. 어느 날 주말엔 하루에만 10통을 부친 적도 했다. 행여 선생님의 답장이 늦어지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초조해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이제 나의 연인입니다. 편지로 되찾은 이 사랑은 내 삶의 소중한 버팀목이지요”

그는 제자의 짝사랑을 40여년만에 받아 준 스승에게 다시 인생을 배우고 있다.

황혼을 향하며 스승과 제자가 쌓은 사랑은 세상 속으로 비상했다.

그의 ‘연애편지’는 지난해 2월 시집 <사랑하기에> 로 출간되는 등 모두 6권으로 거듭났다. 늘그막에 시작한 특별한 사랑이 그에겐 작가의 꿈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의 책이 전해주는 인세 수입금은 모두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되돌려지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이 사랑을 이젠 멈추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아내와 친구들이 때론 시샘도 부리지만 인생의 끝이 다가올 그 날까지 ‘스승을 존경하는 사랑’을 계속 키우렵니다” 그에게 가장 큰 소망은 더 오랜 시간 선생님이 곁을 지켜주는 것이다.

조윤명 국가기록원 원장 cjb@hk.co.kr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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