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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박 뺑소니' 중국이 철저히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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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박 뺑소니' 중국이 철저히 밝혀라

입력
2007.05.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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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발생한 한국 화물선 골든로즈호의 침몰 사고가 한ㆍ중 관계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고는 이상한 점 투성이고, 특히 수습 과정은 한국인으로서는 상식밖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많다.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사업으로 가뜩이나 나빠진 양국 관계가 이번 사고로 더욱 악화한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충돌한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金盛)호가 해상에서의 의무사항인 ‘조난 선박 및 실종자에 대한 구조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현재 의혹으로 남아 있는 것은 진성호가 사고가 발생한 오전 4시 5분께 바로 조난신고를 보내지 않고 7시간이나 지난 오전 11시께 신고했다는 점이다. 뺑소니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또 진성호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사고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고 해역에서 38마일 떨어진 다롄(大連)항까지 이동하는 데 7시간이나 걸린 것도 수상하다. 무슨 일인가를 하기 위해 사고 해역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성호가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아 민ㆍ형사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고 직후 신고를 하지 않고 자국 수역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중국의 한 신문은 14일 “진성호 선원이 충돌 사실을 몰랐다”고 보도했다. 다롄항으로 간 뒤 배가 망가진 모습을 보고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선박전문가는 “골든로즈호가 3,849톤급, 진성호가 4,822톤급인데 이런 큰 배가 충돌했을 때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몹시 어둡거나 안개가 끼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시계가 나쁘다고 해서 충격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진성호의 외견도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사고 후 다롄항에서 전송된 진성호의 외신 사진을 보면 선수 부분이 크게 손상됐고 선체 측면이 6m 가량 찢어져 있었다. 충돌 시 충격이 매우 컸고 배가 측면으로 상당히 흔들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을 텐데 아무런 인식도 못했다는 것은 그냥 믿을 수만은 없는 해명이다.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도 납득하기 어렵다. 중국은 진성호가 사고 신고를 한 뒤 14시간 만에 주중 한국대사관에 사고 통보를 했다. ‘영사관계에 대한 비엔나협약’ 37조에 따르면 외국 선박 조난 시 각국은 사고 국가의 현지 영사관에 지체 없이 관련 정보를 통보토록 돼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항이다. 양국은 4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방한 당시 ‘해난 사고 시 해상에서의 수색 및 구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발효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늑장 처리는 중국이 이 협정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올해는 한ㆍ중수교 15주년으로 양국은 ‘한 단계 발전된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해난 사고 하나로 양국 관계가 훼손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 당국은 이를 유념해 공정하고도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 만일 진성호 선원의 진술만 대충 듣고 “진성호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중국이 져야 한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대우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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