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30ㆍ탬파베이)에게 14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방문 경기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졌다.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진 상황에서 이날도 부진하면 2선발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이날 경기는 지난 2003년부터 뉴욕 메츠에서 풀타임 선발로 뛴 후 꼭 100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볼티모어전에서 3이닝 6피안타 5실점의 난조를 보였던 서재응이 토론토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서재응은 전날까지 토론토전에 2차례 선발 등판,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13이닝 동안 2실점(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할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멘탈 게임’이라 불리는 야구에서 통계는 역시 무시하지 못할 요소였다. 서재응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 선발 등판, 7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2승(3패)째를 따내며 빅리그 통산 100번째 선발 등판을 뜻 깊게 장식했다. 한국인 빅리그 투수 가운데 100번째 선발 등판은 ‘맏형’ 박찬호(34ㆍ뉴욕 메츠)에 이어 2번째. 지난 96년부터 풀타임 빅리거로 뛰어온 박찬호는 총 275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서재응이 선발로 나와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LA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해 4월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6이닝 무실점) 이후 1년 여 만이다. 탬파베이는 서재응의 눈부신 쾌투를 앞세워 2-1, 한 점차 승리를 거두고 최근 6연패에서 탈출했다.
서재응은 올시즌 새로 연마한 스플리터 등을 주무기로 삼진을 7개나 잡아내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5회 2사후 7번 로이스 클레이턴에게 첫 안타(좌익선상 2루타)를 내줄 때까지 토론토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고, 2회 2사후 클레이턴부터 3회 애덤 린드까지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총 투구수 102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61개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8.82에서 7.26으로 크게 떨어졌다.
경기는 중반까지 0의 행진이 이어지며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지난 11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빅터 삼브라노를 대신해 임시 선발로 나선 토론토의 숀 마컴도 6회까지 삼진 7개를 곁들이며 ‘노히트 노런’을 펼쳤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서재응에게 다시 한번 윙크를 보냈다. 지난해까지 중간 계투 요원으로만 뛰던 마컴이 한계 투구수(78개)에 이르자 토론토 벤치는 눈물을 머금고 제이슨 프레이저로 투수를 교체했고, 프레이저는 7회 2사후 카를로스 페냐에게 통한의 좌중월 결승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서재응은 1-0으로 앞선 8회 브라이언 스톡스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결국 탬파베이는 2-1로 이겼다. 지난달 22일 클리블랜드전 이후 3주만에 승리를 챙긴 서재응은 경기 후 “지난 볼티모어전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오늘은 던지는 데만 집중했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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