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회는 14일 헌법 개정을 위한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을 최종 통과시켰다. 평화헌법의 시행 이후 60년만에 이루어진 법 제정이다. 이로 인해 일본 내 개헌 논의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일본 참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122표, 반대 99표로 국민투표법안을 가결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공동 제출한 이 법은 ▦원칙적으로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투표권 주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로 헌법개정을 승인하며 ▦차기 의회부터 중ㆍ참의원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포로부터 3년간 헌법개정안의 제출을 금지하고, 이 법이 헌법 개정만을 위한 절차법이라고 규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본에서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때문에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의 제정도 금기시돼 왔다. 그러나 첫 전후 세대 총리로서 임기 내 개헌을 공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강력한 주도로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개헌은 현실화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
논리적으로 아베 정권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획득할 경우 3년 뒤에는 개헌을 성사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투표법 제정을 계기로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하는 등 논의를 본격화할 태세이다.
일본의 보수ㆍ우익 세력들은 국민투표법의 제정을 ‘역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후 체제에서의 탈피를 선언한 아베 총리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집권한 아베 총리는 교육계의 평화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과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는 자위대 관련법을 개정한데 이어 국민투표법 마저 제정해 보수ㆍ우익 세력의 ‘염원’을 충족시키고 있다. 원로정치가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교육과 헌법에 주력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자민당의 본류”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개헌의 성공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식 개헌에 야당은 물론 여당인 공명당도 반대하고 있고 여론도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인 ‘9조’의 개정을 불안해 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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