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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고가장비 도입 과열 경쟁…비싼 진료비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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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고가장비 도입 과열 경쟁…비싼 진료비 '부메랑'

입력
2007.05.1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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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다빈치’라 불리는 첨단 수술용 로봇을 도입, 임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 이 장비를 미국에서 처음 수입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다빈치는 기존 수술로봇과 달리 사람 손처럼 유연하고 정교하게 수술 부위를 절제하고 봉합까지 할 수 있다. 특히 전립선암 수술 때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대당 가격은 약 24억원으로, 수술비는 1회에 700만~2,000만원에 달한다.

세브란스병원의 발 빠른 첨단 의료장비 도입은 경쟁 병원들을 자극했다. 서울아산병원과 고대안암병원, 강남성심병원도 연내 다빈치 도입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국내 1대 밖에 없던 첨단 의료장비가 1년 새 5대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의료장비 보유 대수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이 보유한 의료장비는 총 53만7,758대로 2004년(48만427대)에 비해 5만7,331대나 급증했다.

2004년 이후 매년 6%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1곳 당 267대의 의료장비를 보유, 2004년(253대)보다 14대나 늘어났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1곳 당 11.8대로 역시 2004년(11.4대)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용도별로는 방사선진단 및 치료장비 분야의 증가율이 14.8%로 가장 높았다.

국내 의료기관의 고가 장비 보유 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는 인구 100만명당 31.9대(2003년 기준)로 OECD 평균(17.9대)의 2배에 가까웠다.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도 9대로 OECD 평균(7.7대)을 웃돌았다. 특히 초음파쇄석기(6.8대)는 OECD 평균(2.3대)의 3배에 달해 보유 대수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비싼 의료장비가 대거 도입됨에 따라 의료장비 사용과 관련한 진료비는 매년 20%씩 수직 상승, 지난해의 경우 건강보험 총 급여비 20조5,222억원 중 16.8%(3조4,440억원)를 기록했다.

의료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병ㆍ의원들의 환자 확보 경쟁이 첨단 의료장비 도입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기관들이 병원 홍보 차원에서 무리하게 고가 장비 확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는 환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심평원 급여기준실 문희경 차장은 “경쟁 병원을 의식해 불필요하게 도입된 장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내달부터 신규 도입 장비의 안전성과 비용의 적정성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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