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의 입김이 서서히 단체협약에 반영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들이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성희롱 병가’ ‘해외배낭연수 확대’ ‘수업휴가’ ‘조합원 사망시 가족 우선채용 ’등 복리후생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행자부와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올들어 16개 광역ㆍ기초 자치단체들이 해당 공무원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며 나머지 자치단체들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인 지자체조차 과도한 복지규정을 단협에 포함시켜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북 완주군은 경ㆍ조사 휴가 항목에 수업휴가를 추가했다.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 다니느라 연월차 휴가 등을 모두 소진한 뒤 모자라면 수업휴가를 허용한다”는 것이 군청의 설명이지만 민간분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의 휴가다.
전남 보성군은 장기재직 휴가, 퇴직준비 휴가를 부활하도록 중앙부처에 의견을 전달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넣었다.
또 부서별로 분기마다 1회씩 연간 4회의 체육문화행사를 갖고 군 전체 집합행사는 매년 1회 실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한 해 5번의 체육문화행사를 갖는 것은 일반 기업에서는 드물다.
직원 사망 시 가족 우선 채용도 단협의 단골 조항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나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1명을 상근 인력으로 우선 채용하는데 협조한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경찰서나 소방서 등에서 사고 직원의 배우자나 직계존속을 특채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이처럼 단협에 채용규정을 명문화하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다.
미혼 직원들의 미팅을 주선하거나 정기감사를 폐지토록 하는 다소 황당하거나 이기적인 규정도 있다.
서울 중랑구는 ‘미혼 직원의 안정된 직장생활을 위해 만남(미팅)의 행사를 연 1회 이상 개최한다’고 명시했다.
구는 “신입직원들이 워크숍 과정에서 이성을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조항을 삽입했다”고 말했으나 직원들의 사생활까지 직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데 대부분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완주군은 ‘직속기관 및 사업소에 대한 군감사를 폐지하고 수시감사로 대체한다’고 규정했다. “감사가 많아 업무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해명이지만 감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와 함께 대구 북구는 ‘지난해보다 배낭여행 규모를 축소하면 안되고 늘리는데 노력한다’고 규정하는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국내외 연수기회 확대, 콘도ㆍ펜션 개선 및 확대에 노력한다는 조항을 예외 없이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반 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복지조항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먼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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