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각종 보험상품들. 저마다 저렴한 보험료로 최대한의 보장을 해 준다고 선전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상품보다는 회사의 크기나 명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지만 같은 보험료를 받고도 계약자에게 더 많이 돌려주는 회사와 상품이 있다면 좋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요란한 광고는 무시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상품을 따져 보자.
최근 보험소비자연맹(보소연)은 가입규모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16개 변액유니버셜보험 상품에 대한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보험료를 펀드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의 특성상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수수료를 적게 떼고 운용수익을 많이 내는 상품일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하다. 4월말 기준으로 각 상품별 약관, 회사별 상품공시자료, 생명보험협회 보험상품비교 공시자료 등을 근거로 비교한 결과, 상품별 차이가 상당했다.
먼저 예정사업비와 수수료.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료를 받으면 보험영업을 위해 미리 일정부분을 떼어 내고 나머지를 펀드 등에 투자하는데 이를 예정사업비라 한다. 또 돈을 받아 운용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뗀다. 둘 다 적게 뗄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셈이다.
평균 보험료의 9.5% 정도인 예정사업비를 가장 적게 떼는 회사는 SH&C생명이었다. 40세 남자가 60세까지 20년 만기로 월 100만원씩 보험료를 붓는다고 가정했을 때 SH&C생명은 1,139만원, 미래에셋생명은 1,530만원을 예정사업비로 뗀 반면, 흥국생명은 2,899만원, PCA생명은 무려 3,476만원을 떼 많게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업계 평균을 100으로 치면 SH&C가 50.2, 미래에셋이 67.4, 동양생명과 하나생명이 80.6 등으로 낮았고, 뉴욕생명은 120.2, 흥국생명 127.7, PCA생명 153.1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수수료는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계정의 ‘수탁보수’와 ‘운용보수’로 나뉘는데 역시 적을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수탁보수 수수료율은 금호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이 0.02%로 가장 낮았고 흥국생명이 0.10%로 가장 높았다. 운용보수 가운데 주식형의 경우, PCA생명이 0.35%로 가장 낮았으며 뉴욕생명이 1.50%로 가장 높았다.
예정이율과 운용수익률도 차이가 컸다. 보험사들은 장차 내줄 보험금을 위해 계약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일정부분을 적립한다. 계약 당시 이 적립금을 최소한 어느 정도 수익률로 운용하겠다고 약속하는데 이 수익률이 예정이율이다. 이율이 높을수록 보험료 부담이 적어진다. 예정이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신한생명과 금호생명(각 4.0%)이었으며 뉴욕생명은 그 4분의 1 수준인 1.0%에 그쳤다.
같은 돈을 받아도 잘 굴리는 회사가 고객에겐 훨씬 고맙다. 각 상품의 누적수익률은 주식형의 경우, 라이나생명(77.11%), PCA생명(75.26%), 알리안츠생명(59.96%), SH&C생명(57.11%), 하나생명(56.47%)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대한생명(33.25%), ING생명(16.61%)이 저조했다. 채권형은 PCA생명(26.94%), 뉴욕생명(18.41%) 등이 높은 반면, 라이나생명(4.45%)이 가장 낮았다.
보험을 만기 전에 해약했을 때 돌려 받는 해약환급금도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다. 남성 가입자가 3년 만에 해약했을 때 라이나생명은 낸 보험료의 88.68%를 돌려줬지만 PCA생명과 뉴욕생명은 각각 78.32%, 77.64%로 환급에 인색했다. 여성의 경우 3년 후 해약환급금은 SH&C생명이 89.42%로 가장 많았으며 뉴욕생명이 78.56%로 가장 적었다.
보소연은 이를 토대로 16개 보험사 상품의 순위를 매겼다. 평가 비중은 100점 만점에 예정사업비 40점, 운용수익률 30점, 예정이율 13점, 해약환급금률 8점, 부가가능특약 5점, 수수료 4점으로 했다.
그 결과 1위는 미래에셋생명의 ‘미래에셋행복만들기 변액유니버셜보험Ⅰ’이 차지했다. 예정사업비가 업계 평균의 65.6% 수준으로 적고 수수료가 낮으며 해약환급금도 경과기간별로 고루 충분하고 수익률 역시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2위는 메트라이프생명의 ‘마스터플랜 변액유니버셜보험’이 차지했다. 꼴찌는 흥국생명의 ‘플렉스 변액유니버셜보험Ⅱ’에게 돌아갔다. 보소연은 “미래에셋, 메트라이프, SH&C, PCA 등 변액유니버셜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이 흥국, 금호, 교보 등 중ㆍ대형사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민원 많은 보험사 피해야
금융감독원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금융회사별 민원발생 건수 및 처리결과 등을 고려해 민원발생 정도를 평가한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험사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원이 많다. 계약 시점과 보험금 지급 시점에서 고객과 회사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민원이 많은 회사는 피하는 게 좋다.
금감원은 2006년 하반기 평가를 공개하면서 “생명보험은 변액보험의 불완전 판매, 손해보험은 자동차사고 증가 등으로 인해 각각 상반기보다 민원이 16.1%, 13.4%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2006년 하반기 조사에서 하위 등급(4,5 등급)을 받은 14개사 가운데 보험사가 9개나 포함됐다.
특히 매년 단골로 민원평가 하위에 머무는 회사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04~2006년 3년간 6번의 평가에서 하위 등급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생보사는 흥국(5회), 동양(4회), 녹십자(4회) 였으며, 손보사는 AIG(6회), ACE(5회), 흥국쌍용(4회) 이었다. 반면, 생보사 중 삼성생명과 손보사 중 삼성, 동부화재는 매번 1등급을 받았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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