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봐 주세요. 슈렉은 즐거운 이야기니까요.”
<슈렉3> 의 러먼 휘(44) 감독이 11일 홍콩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1, 2편에서 슈퍼바이징 애니메이터로 슈렉의 표정을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크리스 밀러 감독과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았다. 슈렉3>
“1, 2편에 비해 내용이 보수적인 것 같다”는 기자들의 사회학적 접근이 부담이 됐는지, 그는 “<슈렉> 은 ‘메시지’보다 ‘재미’에 중점을 둔 영화”라고 강조했다. “전편들이 미국의 팝 문화를 비트는 패러디로 웃음을 안겨준 반면, 이번 작품은 다양한 캐릭터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슈렉>
러먼 휘 감독의 설명대로 3편에서는 전작보다 훨씬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해 눈을 즐겁게 한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젤 등 동화 속 이쁜이들이 피오나 공주의 들러리로 나온다. 여기에 후크 선장, 외눈박이 괴물, 신데렐라의 언니, <반지의 제왕> 의 나무거인 등이 슈렉을 괴롭히는 프린스 차밍을 거든다. 마지막에는 아더 왕이 슈렉을 대신해 ‘겁나 먼(Far Far Away)’ 왕국의 왕권을 계승할 왕따 소년으로 등장한다. 반지의>
하지만 <슈렉3> 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는 슈렉 내면에서 일어난다. 러먼 휘 감독은 “1, 2편이 사랑의 찾고 그 사랑을 지켜가는 슈렉의 유쾌한 모험담을 담았다면, 3편은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슈렉의 성장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미국적 가치관 또는 디즈니적 공식을 철저히 파괴한 전작에 비해 3편의 메시지가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슈렉3>
패러디를 통해 기존 가치관을 철저히 뒤집었던 슈렉이 아기를 안고 행복해 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다소 당황스럽다. 공주가 ‘초록색 도깨비’로 변하는 결말로 해피 엔딩의 고정관념을 뒤엎었던 1편의 엽기성, 미국의 관료화한 노조문화마저 패러디의 도마에 올린 2편의 발랄함에 환호했던 슈렉 팬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메시지일 수도 있다. ‘가족’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적 상상력이 결합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틀을 벗어난, ‘겁나 모던한(Post Post Modern)’ 슈렉이었기에 이런 ‘교훈적’ 결말이 주는 아쉬움은 더하다. 휘 감독은 “슈렉이 세쌍둥이의 탄생을 통해 아빠로서의 책임감을 느껴가는 과정과 유약한 아더가 왕이 되어 가는 과정을 재미 속에 담으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3편에서도 <슈렉> 시리즈의 간판인 발랄한 패러디는 곳곳에서 관객을 포복절도 하게 만든다. <미녀 삼총사> 의 액션을 패러디한 터프한 공주들이 브래지어를 불태우고, 중세 거리에 후터스(섹시 레스토랑)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2010년에 나올 예정이라는 4편의 패러디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6월 6일 개봉. 미녀> 슈렉>
홍콩=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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