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계는 별의 진화에 대한 모델에서 새로운 진화 유형을 추가해야 할 것인가.
최근 외신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초신성 폭발이 관측됐다고 보도되면서 이 초신성 폭발이 갖는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양빛의 500억배나 되는 엄청난 빛을 내뿜고 사라진 NGC1260은하의 SN 2006gy가 그 주인공이다.
●은하보다 더 밝은 초신성
SN 2006gy는 우리 은하 전체 밝기의 10배나 되는 빛을 찬란히 내뿜으며 폭발하고 은하의 먼지로 사라졌다. 물론 이 사건은 지구에서 2억4,000만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오직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망원경과 하와이에 있는 켁(Keck) 천문대 광학망원경으로 가늠한 것이다.
이 장관이 얼마나 경이로운 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에타 카리나가 SN 2006gy와 같은 운명을 겪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된다. 에타 카리나는 남반구 하늘에서 관측되는 거대한 별로 과학자들은 에타 카리나에서 나타나는 질량 소실이 SN 2006gy가 폭발 전 보인 현상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지구로부터 7,500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의 500만배나 되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에타 카리나가 폭발할 경우 지구에서는 밤에도 신문을 읽을 만한 밝은 빛을 볼 수 있다. 남반구 하늘에서 수십 일간 쏟아질 이 장렬한 별의 최후를 즐기기 위한 관광 상품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벌써 나온다. 에타 카리나가 폭발한다 해도 지구의 생명체는 별 지장이 없다.
●새로운 종류의 별 진화
SN 2006gy의 초신성 폭발은 지금까지 알려진 폭발과는 메커니즘이 전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초신성은 별이 핵융합 반응에 쓰이는 연료를 다 소모한 뒤 자기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는 거대 별의 종말을 가리킨다. 초신성 폭발을 관측한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SN 2006gy는 별의 중심으로부터 감마선이 방출되면서 입자-반입자쌍으로 변환돼 폭발했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구본철 교수는 “질량이 무거운 별은 감마선과 같은 광자의 압력이 중력을 지탱하고 있다.
그런데 감마선이 별 중심부의 원자핵과 충돌해(입자-반입자로 변환되어) 사라지면, 압력이 줄어 함몰하게 되고, 함몰하면 온도가 올라가고, 다시 감마선이 더 많이 나오고, 감마선이 또 다시 사라지는 과정을 멈추지 못해 궁극적으로 별이 폭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의 거대한 별이 초신성 폭발 후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최후를 맞이하는 것과 달리 SN 2006gy는 폭발 후 잔해를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다만 원래 SN 2006gy를 구성했던 원소들은 새로운 별로 다시 태어날 재료가 될 수 있다. 별 진화 유형의 목록에 한 줄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이다.
●별의 1세대는 어떻게 죽었나
폭발 전 SN 2006gy는 태양보다 질량이 150배 이상 무거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의 수십배 질량의 별은 우주에 흔하다. 이러한 초거성은 초신성 폭발을 거쳐 대부분 블랙홀이 되거나 일부 중성자성이 된다. 하지만 SN 2006gy처럼 질량이 극히 큰 거대 별은 전 우주를 통틀어 10개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우주 역사 초기에는 이러한 거대 별이 흔했다고 예상한다. 빅뱅 후 은하가 만들어지기 전, 가장 먼저 태어난 1세대 별들이 그들이다. 당시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 존재했다.
무거운 원소들(탄소, 산소, 철 등)은 별이 폭발과 탄생을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산물이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무거운 원소들이 없으면 기체가 잘 식지 않고, 결국 뜨거운 기체 구름이 수축해 별을 만들려면 매우 큰 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주 초기 만들어진 별은 태양 질량의 100~1,000배나 될 정도로 무거웠다”고 말한다.
결국 SN 2006gy 초신성 폭발은 우주에서 가장 먼저 빛을 발한 1세대 별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죽어 후손 별을 낳았는지를 보여주는 고색창연한 우주 역사의 재현일 수 있다. 이번 관측을 이끈 캘리포니아주립대 네이선 스미스 교수는 “별이 죽어서 블랙홀이 되는 것과 다른 별들을 만들 풍부한 재료를 우주에 돌려주는 것은 초기 우주의 형성에 전혀 다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질량에 따라 다른 별의 일생
현재 천문학이 이해하는 별의 일생은 질량에 따라 몇 가지 다른 길을 걷는다. 그래픽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질량이 가벼운 별이다.
별은 ‘별의 요람’(stellar nursery: 거대분자구름)이라고 불리는 거대 분자구름에서 탄생한다. ㎤당 수백만개의 분자들이 밀집한 이 구름은 크기가 50~300광년에 이르며 태양 질량의 10만~1,000만배나 된다. 거대 분자구름이 밀도 높은 지역을 통과하거나 주변의 초신성 폭발로 물질이 유입되면 중력붕괴를 일으켜 고온의 회전하는 가스를 만든다. 이것이 원시 별이다.
원시 별은 질량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과 온도의 별로 태어나 다양한 일생을 겪는다. 보통별로 분류하는 태양은 100억년 수명의 절반 정도를 지난 것으로 예측된다. 50억년쯤 뒤엔 핵융합 반응의 연료가 소진되면서 크게 부풀어오른 적색거성이 되었다가 행성상성운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일생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태양보다 수십배 무거운 초거성은 수백만년 정도 짧고 격렬한 핵융합 반응을 거쳐 블랙홀이 되거나. 초신성 폭발을 거쳐 블랙홀이 되거나, 적색거성 청색거성을 거쳐 초신성 폭발을 맞는다.
반대로 태양보다 질량이 절반 이하인 적색 왜성은 수천억년을 버티다 백색 왜성으로 조용히 삶을 마무리한다. 적색 왜성보다 가벼운(태양 질량의 0.08배 이하) 원시 별은 갈색 왜성이 되는데 별과 성간 물체의 중간쯤으로 여겨진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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