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애물단지로 불리며 한때 부도위기에까지 몰렸던 삼성토탈(옛 삼성종합화학)이 10년만에 삼성 그룹내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알토란 같은 기업으로 당당하게 부활했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11.8%)보다 높은 12.8%를 기록했으며, 이젠 다른 삼성계열사들이 벤치마킹까지 할 정도다.
환란 당시 삼성종합화학은 부채 2조3,000억원에 부채비율이 무려 720%에 달하는 전형적 부실기업. 1990년대초부터 몰아친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불황 직격탄을 맞으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결국 빅딜 대상 기업으로 낙인찍혀, 채권단으로부터 대출회수를 통보받아 사실상 부도 문턱까지 내몰렸다.
삼성내 계열사로부터 2,000여억원 증자를 긴급 수혈받아 생명줄을 연장한 삼성종합화학은 이 때부터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선 충남 대산공장 내 수처리설비와 공기분리설비 등 비핵심 자산부터 팔아치웠다. 인력구조조정을 2차례나 실시, 한때 1,900명에 달했던 직원수를 900명까지 줄였다. 서울과 대덕의 지원ㆍ영업ㆍ연구조직을 생산 현장도 대산공장으로 이전통합시켰다.
이런 몸집줄이기를 통해 삼성종합화학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개선 효과를 이뤄냈고, 다른 한편으론 대산공장을 '고부가 유화특화품 생산전용공단'으로 육성하는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했다.
2002년2월부터는 에너지 비용과 물류 비용 등 주요 원가 항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사적 경영혁신 운동인 '서바이벌-1000 캠페인'을 시작했다. 1,000일 동안의 원가 개선을 통해 최악의 시황이 닥쳐도 10%대의 경상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삼성종합화학은 실제로 3년 동안 2,500여억원의 수익 개선 효과를 거뒀다.
삼성종합화학은 투자유치를 물색했다. 뉴머니를 수혈받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굵직한 해외파트너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삼성종합화학의 경영정상화 노력은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중국시장 진출 교두보를 찾고 있던 프랑스의 토탈그룹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양 사는 2002년12월 삼성종합화학측이 설비와 자산을 현물투자하고, 토탈그룹이 1조원을 현금투자해 50대50 지분의 합자를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름도 삼성토탈로 바뀌었다. 토탈그룹은 합작 1년 뒤 500억원을 들여 방향족 공장을 증설했고, 나프타분해공장(NCC)등 총 3개 공장에 대한 증설공사를 위해 2005년말 5,5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토탈사측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것은 무엇보다 삼성토탈의 미래를 신뢰했기 때문.
2002년부터 흑자로 전환한 삼성토탈은 지난해까지 총 1조6,000억원의 누적이익을 실현했다. 최근 들어 국내 유화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삼성토탈에겐 오히려 또 한번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게 일반적 분석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빅딜 대상 기업 중 공적자금을 한푼도 지원 받지않고 재기에 성공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의 신화를 이뤄낸 곳은 삼성토탈 밖에 없다"며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세계적인 화학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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