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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미래숲 가꾸기 中 카푸치 사막을 가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 움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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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미래숲 가꾸기 中 카푸치 사막을 가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 움틔우다

입력
2007.05.1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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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를 위해 나무를…”

주말인 12일 오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어얼둬스(鄂爾多斯)시 달라터치(達拉特旗)의 쿠부치(庫布齊) 사막은 나무 심기 행사로 생동감이 감돌았다.

10m가 넘는 황색 모래언덕이 물결 치듯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저 멀리 작은 수풀이 희미하게 보일 뿐 말 그대로 불모지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겠다는 한국과 중국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생명의 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지 주민들은 ‘죽음의 땅’으로 부른다지만 깎아 내린 듯한 사구(砂丘),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래 바다에선 장엄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이날 제6회 한중 우호림 조성을 위해 쿠부치 사막을 찾은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한중미래숲ㆍ대표 권병현) 대학생들의 입에서도 처음에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사막의 황홀경에 취하는 것도 잠시, 강한 바람이 일자 미세한 모래가 얼굴을 세차게 때려댔다. 사막이 본색을 드러내자 눈을 뜰 수조차 없다. 절로 고개가 돌아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쿠부치 사막이 봄의 불청객인 황사를 일으키는 발원지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권병현 대표는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는 대부분 쿠부치 사막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황사를 막으려면 이곳에 방풍림을 조성해 사막화를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황하에서 5㎞ 떨어진 쿠부치 사막은 한반도로 불어 닥치는 황사의 최전선이다. 지금도 푸른 땅을 갉아 먹으며 동쪽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한중 미래숲은 지난해 중국 정부와 ‘한중 우호 녹색장성(綠色長城) 건설사업’ 협정을 맺었다. 2010년까지 5년 동안 쿠부치 사막의 동쪽 끝 부분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길이 28㎞, 폭 3~8㎞, 면적 3,587㏊의 방풍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만리장성이 북방의 유목민족의 침입을 저지하는 방어선이었다면, 녹색장성은 황사 발원지인 쿠부치 사막의 동진을 막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날 식수(植樹) 행사에는 한국 학생 100명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청년 100명, 달라터치 중학생과 주민 400여명 등이 참가했다. 2, 3명씩 한 조를 이뤄 사막버들(沙柳ㆍ사류) 묘목 800여 그루를 심으며 희망을 함께 나눴다. 땀조차 바로 증발해 버리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에서 황사 피해 방지를 위해 나라와 나이를 떠나 몸과 마음이 한 덩어리가 됐다.

나무 심기는 간단했다. 삽으로 모래 구덩이를 파낸 후 사막버들 묘목의 뿌리를 고이 심고 물을 뿌렸다. 이어 모래를 덮으면 그 것으로 끝이다. 중국 원산의 사막버들은 수분이 없어도 오래 버틸 수 있다지만, 모래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넘쳐 났다. 조세건(25ㆍ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부 4년)씨는 “오늘 우리가 심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숲을 이뤄 황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채진호(27ㆍ아주대 e-비즈니스 전공 4년)씨는 “몇 년전 사막 외곽에 심었다는 나무가 자라난 모습을 확인했다”며 “ ‘쿠부치 녹색 공원’이 꿈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중국 대학생들의 화답도 이어졌다. 사막에 처음 와 봤다는 중국 베이징(北京)외국어대 황완디(20ㆍ한국어과 2년)씨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사람들도 황사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며 “한중 대학생의 노력으로 이 땅이 더 이상 사막으로 변하지 않고 푸르름을 되찾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한중 미래숲은 200년 전 초원이었던 쿠부치 사막을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녹색 생태원으로 탈바꿈 시키는 게 목표다. 녹색장성 사업이 끝나는 2010년 이후에는 서쪽으로 사막에 나무를 심어갈 계획이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막화를 막으려면 물(황하)이 가까운 곳에 숲을 만들어 초지를 넓혀 가는 게 대안”이라며 “방풍림 조성이 성공하면 사막 전체에 녹색 생태계를 복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탕번위안(湯本淵) 공청단 부비서장은 “녹색장성 프로젝트는 한중 협력 정신과 환경 외교를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며 “동북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쿠부치 사막의 확대를 막고 생명이 숨쉬는 숲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우호 녹색장성(綠色長城) 건설사업은 한국일보와 산림청, SK㈜, 유한킴벌리 등이 후원하며 중국측에서도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등 총 70억원이 투입된다

● 쿠부치 사막 - 세계 9번째 크기…한반도 황사 40% 발원

쿠부치(庫布齊) 사막은 베이징(北京)에서 서쪽으로 2,000여㎞ 떨어져 있다. 몽골어로 '활시위'라는 뜻이다. 면적은 우리나라(남한)의 5분의 1정도인 1만8,600㎢다. 모래 사막은 61%이고 나머지는 자갈이나 흙먼지로 이뤄져 있다. 중국에서 7번째로 큰 사막이며, 붙어있는 네이멍구자치구의 다른 사막과 합쳐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사막으로 친다.

쿠부치 사막 등 네이멍구의 사막은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의 4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막화 방지가 특히 중요하다. 네이멍구 서쪽 끝 톈산(天山)산맥을 넘어오는 거센 편서풍이 황사를 실어오는데, 베이징에 5~6시간, 한국에는 하루 뒤에 도착할 정도다. 서해안은 물론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쿠부치 사막은 5㎞ 정도 떨어져 있는 황하에 매년 1억톤의 모래와 흙먼지를 쏟아 붓는다.

무엇보다 사막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200년 전 푸른 초원이었던 쿠부치 사막은 30년 전에는 주변에 초원이 남아있었지만 급격한 사막화로 모두 사라졌다. 뤄하오차이(羅豪才)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 중국 측 인사들이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 권병현 대표와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등에게 " '녹색장성'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달라터치=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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