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총기의 그늘에 가려질 위기 속에서도 ‘으뜸 도시’로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워싱턴이 더 위험스러운 도시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진 것은 최근 연방항소법원이 워싱턴 ‘특별시’의 총기규제법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결이 시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시 당국은 워싱턴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공모하는 등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워싱턴이 갖고 있는 이미지 속에 총기에 의한 범죄가 연상되는 일그러진 모습과 밝고 활기찬 관광객이 거리를 활보하는 건강한 모습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워싱턴의 연방항소법원이 시가 제정한 총기규제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은 수정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소유권을 폭 넓게 인정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수정헌법 2조는 ‘독립적인 각 주가 스스로의 안보를 지키는 데에는 잘 훈련받은 민병이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항소법원이 이 수정헌법 2조를 광의로 해석함으로써 집에 권총도 둘 수 없게 하는 등 엄격하기로 소문난 워싱턴의 총기규제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워싱턴의 고위 관리들은 “우리는 그 동안 총기를 효과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총기를 이용한 범죄와 폭력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는데 이번 판결은 우리를 거꾸로 가도록 내몰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공대 총격 참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연방항소법원의 위헌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럴 경우, 워싱턴 당국은 총기규제를 완화하는 법률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 워싱턴의 경찰 당국은 시가 살인사건 발생률에서 ‘으뜸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1980년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워싱턴이 시를 알리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공모한 것도 ‘으뜸 도시’로는 더 이상 워싱턴의 긍정적인 면만을 표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시 당국은 이 같은 이미지 구축작업을 위해 브랜드 전문가들을 포함한 태스크 포스까지 구성, 통합과 활력 및 부흥의 요소를 두루 갖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워싱턴 주민들이 응모한 것들 가운데는 ‘국가적 기념비의 도시’와 같이 진지한 것도 있으나 워싱턴에 로비 회사들이 많은 것에 빗댄 ‘변호사들이 배회하는 곳’ 등 처럼 다소 장난기 섞인 것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5년에만 1,500만의 관광객이 워싱턴을 찾아와 50억 달러나 썼다. 그러나 시는 이 많은 돈도 재정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이 총기규제법 위헌 판결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