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동부의 소도시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워렌 버핏 회장이 이 곳을 찾은 2만여 명의 소액주주 등과 ‘자본가들의 우드스탁 축제’를 벌이는 동안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일부 주주들이 돌연 중국의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처분하라는 안건을 내놓은 것이다.
이 기업은 최근 발해만에서 매장량 10억 톤 규모의 초대형 유전을 발견해 유명세를 타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버크셔 해서웨이가 가진 1.3% 지분의 가치도 4배 이상 늘어났다. 98%의 반대로 이 안건이 무산된 것은 당연했다.
▲ 이 같은 제안이 나온 배경엔 엉뚱하게 ‘다르푸르의 비극’이 있다. 이 사건은 수단 정부가 지원하는 아랍계 무슬림 민병대 ‘잔자위드’가 기독교계 반군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다르푸르 지역에서 저지른 인종청소 만행이다.
그런데 페트로차이나의 모회사인 국영 중국석유가스집단공사(CNPC)는 세계적 공분을 외면하고 원유를 개발·수입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돈을 수단에 투자해 학살극의 병참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버핏은 “CNPC에 대한 페트로차이나의 영향력이 없다”며 반란을 잠재웠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제4섹터가 뜨고 있다’고 보도했다. 1섹터인 정부, 2섹터인 민간기업, 3섹터인 비정부·비영리 단체를 넘어 이윤과 공공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영역이 부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최초로 ‘사회적 책임투자(SRI)’를 표방한 코네티컷주의 증권사 알트루세어는 제4섹터 기업의 선두주자.
2개의 자선기금이 최대 주주인 이 회사는 이익금을 배당 대신 빈곤층 주택사업이나 직업교육 등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저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뉴햄프셔 커뮤니티론 펀드’ 등 이 영역의 기업은 미국에서 400여 개에 이른다.
▲ 이윤 추구가 여전히 기업의 핵심적 가치이지만, 윤리 환경 정의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권력과 돈을 가진 특정 개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차원을 넘어 기업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투자대상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세계적 연ㆍ기금 중에는 ‘캘리포니아 교사 퇴직연금’ 처럼 지구 온난화에 무심한 업체와는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넓은 세상을 얘기하다가 ‘황제와 그 밖의 머슴들’이 엮어내는 괴담으로 가득한 우리 집안에 눈을 돌리니 갑자기 처량해진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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