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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대학가 자취생들/ 허리휘는 부모들 "등록금 등 年 1800만원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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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대학가 자취생들/ 허리휘는 부모들 "등록금 등 年 1800만원 보내요"

입력
2007.05.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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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로 유학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보냈으면 이런 생고생은 없었을 텐데요.”

충남 계룡시의 공무원 서모(53)씨는 13일 아들 뒷바라지에 등골이 휠 지경이라고 했다. 서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아들에게 지난해 고시텔 비용 32만원, 용돈 40만원, 휴대폰 비용 8만원 등 매달 80만원을 꼬박꼬박 부쳤다.

올해 들어서는 3학년인 아들이 과 학생회장을 맡아 후배들과의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10만~20만원을 더 보냈다. 1년 치 등록금 630만원까지 따지면 매년 1,8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서씨는 게다가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두 딸(29, 27)을 공부시키느라 대출 받은 돈의 원리금 상환에 매달 80만원을 지출한다.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한 서씨는 “다들 무리해서라도 자식들을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했다” 며 “뒷바라지 부담은 점점 커지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다 보니 요즘에는 취직 잘 되는 집 근처 학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은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넘겨진다. 학생 대부분이 부모에게 생활비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57%가 생활비 전액을 부모한테 타내고 있고 과외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도 생활비 절반 이상은 여전히 부모로부터 받고 있다.

지방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상황도 여의치 않다. 현재 서울 시내 대부분 대학은 한 학기 평균 70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 기숙사는 밥 값을 빼고도 한 학기에 최고 136만원 받는 등 비용이 평균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신입생 처지여서 2학년 이상 학생은 기숙사 를 배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격이다. 조사 결과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기숙사 수용 인원은 전체 학생의 10%가 되지 않았다. 가장 비율이 높은 서울대가 12%에 불과할 정도로 지방 학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활비가 부담스러운 지방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과거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 공부에 매달린 아들에게 매달 100만원 이상을 보내고 있다는 대전의 김모(52ㆍ회사원)씨는 두 딸이 서울 소재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생활비 부담에 지방 대학을 보냈다.

서울대에 교환학생으로 있는 박희석(경북대 언론정보학과)씨는 매일 친척집이 있는 충북 청주에서 서울대까지 통학한다. 박씨는 “서울에는 월세가 40만원 정도라 큰 부담”이라며 “차라리 왕복 교통비가 싸다고 생각해 불편해도 통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학점 미달(4학기 2.0미만 기준)로 서울대에서 제적된 학생들 중 일부는 “학비에 생활비까지 이중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과외, 학원 강사 등으로 나서 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 학점을 챙기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생활비 부담에 지방 출신 학생과 학부모는 “기숙사 수용 인원을 늘려달라”며 아우성을 치지만 대학은 “땅이 부족하다” “건설 비용 마련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재개발이나 학교 주변 상업화 등 외부 요인 때문에 크게 오르는 집값 문제를 학교가 나서 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4학년 생 아들을 둔 최모(49)씨는 “대학들이 국제화를 명분으로 외국인 학생을 위한 기숙사는 계속 늘린다면서 정작 우리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한다”며 “등록금은 매년 10% 이상씩 올리면서 학생 복지의 기본인 기숙사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김교흥, 정장선 의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학생복지주택’ 법안이 하나의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타운’ 처럼 업주가 정해진 지역에 지방 학생들을 위한 거주지를 포함한 부대 시설을 함께 짓는 것이다. 정부는 업주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고 대신 방값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김교흥 의원실 관계자는 “학생들은 현재 기숙사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기존 하숙이나 기타 다른 형태의 집보다는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된다”며 “현재 건설교통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 최종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대학가 자취생들 유흥비·휴대폰값 내면 밥값도 빠듯

평균 생활비는 73만이 좀 넘는다. 하숙비나 자취방 월세로 생활비의 45% 정도가 빠져 나간다. 남은 돈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술값 등 유흥비는 10만원, 휴대폰과 인터넷 비용으로 6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밥값도 빠듯하다.

한국일보와 4개 대학(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학보사가 서울 지역 6개 대학(4개 대학과 한국외대 한양대) 학생 145명을 조사해 만든 2007년 지방 출신 대학생의 평균 자화상이다. 한 학생은 “책은 무슨 돈으로 사냐구요? 저 같은 지방 출신 대학생의 57%가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산다는데, 돈 좀 더 부쳐달라고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한달 총 생활비와 집(방)값, 유흥비, 통신비, 옷 구입비, 기타 공과금 등을 물은 결과, 지방출신 대학생은 평균 73만2,000원의 생활비를 쓰고 있다. 학교별로는 이대생들이 가장 많은 평균 90만7,000원이라고 답했고, 외대생들이 68만8,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특히 생활비 중 45%가 집(방) 값으로 쓰고 있을 만큼 주거비용의 비중이 컸다. 생활비가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155만원까지 양극화가 심각한 것도 주거비용의 차이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들은 친척집에 살아서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거나 기숙사에 거주해 한 달에 주거 비용이 20만원 이하였다. 학교별로는 고대 학생들이 생활비 중 48%가 주거비용이라고 답해 가장 높았고 연대 학생들이 33%로 가장 낮았다.

현재 거주비가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부담이 된다(19%), 어느 정도 부담이 된다(63%)고 답해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지방 출신 대학생은 대부분은 월세로 산다. 친척집에 머물거나 집을 전세로 얻어 월세를 내지 않는 수는 145명 중 9명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 학생 중 57%가 생활비를 전부 부모에게 의존해 집값 등 생활비 상승이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된다. 일부 학생은 “어학연수도 필수과정이 되다시피 했는데 그 비용마저 부모님께 달라기 미안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생활비로 쓰지 않고 따로 모아둔다”고 했다. 학교별로는 연대생의 73.6%가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해 가장 높았고 서울대는 45.5%로 가장 낮았다.

많은 학생들은 부모에게 생활비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면서도 “그렇다고 돈 벌자고 공부에 지장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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