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결국 디자인을 아는 경영자가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디자인에는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산업디자인계의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김영세(57ㆍ사진) 이노디자인 대표는 “이제 국내 기업들에게도 ‘창의경영’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며 이 같이 예견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디자인 중심의 ‘창의경영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죠” 그는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대표의 ‘디자인 중심주의’가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9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 디자인 총회’였다.
“디자인 업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남의 심부름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죠. 총회에서 고객들의 의뢰 없이 디자이너들이 먼저 디자인을 제안한 ‘디지털 디자인 A to Z’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김 대표가 내놓은 프로젝트에는 오디오(Audio)에서 지퍼(Zipper)에 이르기까지 총 26개의 제품 디자인이 수록돼 있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전시회가 끝난 다음 공개된 디자인을 상품화하겠다는 러브콜이 계속 쇄도했으니까요.”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요즘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평소 꿈꿔왔던 디지털 브랜드 사업을 국내에서 본격화 하기 위해서다. 한국 디자인 업계를 새롭게 개척하고자 ‘이노디자인 코리아’를 설립(1997년)한 지 8년 만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명품 브랜드를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제품을 즐기는 기쁨을 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디지털 마케팅 및 유통 전문회사로 설립된 ‘이노맨’은 5월 말 개인 휴대용 디지털 기기 등 10여종의 첫 샘플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는 김 대표가 표방하는 디자인 우선주의를 적용, 디자인을 먼저 완성한 후 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 유통 등 기타 후공정은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벤처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아웃소싱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디자인 회사가 아웃소싱을 주도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드문 일이다.
그는 “사람들이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립니다”고 말했다.
■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MP3 '아이리버' LG '스마트폰' 디자인
1950년 서울 태생으로, 74년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에 '이노디자인 USA'를 설립(1986년)했다. 1999년 서울에 '이노디자인 코리아'를 만들었고, 2004년에는 중국 베이징에 이노디자인 지사를 세웠다. '디자인계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의 'IEDA' 금ㆍ은ㆍ동상을 모두 석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산업디자인계의 구루(GURUㆍ달인)'로 통한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극찬한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H10' 모델과 삼성전자의 '가로본능 위성DMB폰', LG전자 스마트폰'등을 디자인했다. 저서로는 '디지털디자인 A to Z' '12억짜리 냅킨 한 장'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 등이 있다.
▦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프로필
1950년 서울 출생
1974년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 졸업
1986년 이노디자인 USA 설립
1999년 이노디자인 코리아 설립
2004년 중국 베이징 지사 오픈
*수상경력
1990년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IDSA) IDEA 동상 수상 1993년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IDSA) IDEA 금상 수상 1997년 한국 산업디자이너협회(KAID) 한국산업디자인상 대상 수상 1999년 한국 굿 디자인전 대통령상 수상 2000년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IDSA) IDEA 은상 수상 2005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디자인상 수상
2005년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 IDEA 은상 수상
2006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상 수상
2007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상 수상 외 다수
홍인기 기자 hongik@hk.co.kr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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