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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신표현주의 거장 바젤리츠 '잊을 수 없는 기억'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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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신표현주의 거장 바젤리츠 '잊을 수 없는 기억' 전시회

입력
2007.05.1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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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거꾸로 된 그림’으로 유명한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69)의 근작 ‘러시안 페인팅’을 소개하는 전시 <잊을 수 없는 기억 :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 을 11일 시작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그린 41점이 걸렸다. 이 시리즈가 유럽 바깥의 전시장에 나오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러시안 페인팅이란 구 동독 출신인 그가 보고 자란 과거 러시아 그림과 사진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은 따로 있되, 이를 작가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로 재해석해 개성을 불어 넣은 그림들. 원작에 있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주제 의식은 흐릿해졌다.

예컨대 연설하는 레닌의 당당한 형상은 색점으로 흩어진 채 거꾸로 걸려 선동적인 위세를 잃어버렸다.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일단 당황한다. 그림이 거꾸로 걸렸기 때문이다. 작가는 1969년부터 작품을 거꾸로 걸어 전시해 왔다.

무엇을 그렸는지 금방 알 수 있는 데서 오는 관습적인 의미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다. 그림 자체에 주목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거꾸로 된 이미지는 더 잘 보이고, 곧 바로 보는 이의 눈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거꾸로 된 그림에 당황한 관객들은 고개를 뒤로 젖혀 돌려가며 한참 들여다 보기 일쑤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사람, 일상, 삶’은 구동독과 러시아에서 살아 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레닌과 스탈린 등 정치적 인물이 등장하는 ‘역사의 초상’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미지의 재해석이다. ‘이미지의 변주’는 원작에서 시작된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작품으로 바뀌는 과정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김남인 학예연구관은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 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담은 작품이면서 기억과 역사, 미술에 대한 회고이자 증언, 탐구”라면서 “어느새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린 한 시대의 열망과 그 열망이 배태한 이미지, 또한 그 몰락의 증거”라고 설명한다.

바젤리츠는 2006년 독일 경제전문지 <카피탈> 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6위에 올린 거장. 동베를린 미술아카데미를 다니다 ‘정치적 미성숙’을 이유로 제명을 당한 뒤 19세에 서독으로 망명했다. A.R. 펭크, 외르크 임멘도르프, 안젤름 키퍼, 지그마르 폴케, 마르쿠스 루페르츠와 더불어 1970년대 후반에 부상한 독일 신표현주의 1세대에 속한다. 1970년대를 휩쓸던 개념 미술과 미니멀리즘의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미술에 반발, 격정적인 대형 화면에 구상을 복귀시켜 죽음, 성, 종교 등에 주목한 작가군이다.

바젤리츠의 그림은 원래 힘 있는 붓 터치, 뚜렷한 색채, 두터운 물감층 등의 강렬한 화면으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러시안 페인팅> 은 유화인데도 화면이 투명하게 표현되어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02)2188-600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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