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세계화’는 욕으로 통한다. ‘신자유주의자’란 말은 가장 큰 비난에 속한다. 이런 프랑스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는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이에 대한 무성한 논의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우파적 정책들이 주를 이룬다. 주 35시간 근로제도의 수정,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개혁 등으로 강한 프랑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1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만난 사르코지는 취임일인 16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는 등 외교에선 유럽 3국 간 협력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이런 가운데 13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사르코지의 프랑스가 영국 따라잡기에 나설 것이란 시각을 부각시켰다. 사르코지는 지난 3월 펴낸 ‘증언:21세기 프랑스’에서 변화에 실패한 프랑스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국가로 영국을 꼽았었다.
‘Mr 매기(마거릿 대처의 애칭)’ ‘스커트를 입지 않은 대처’로 불리는 사르코지에게 영국의 모습은 아픈 현실이다. 1970년대만 해도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프랑스에 25% 뒤지며, 높은 실업률과 산업공동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인구는 같고 영토는 2배인 프랑스에 영국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이기까지 했다.
사르코지는 책에서 “그런데 왜 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의 집들이 영국인들에게 팔리는가 자문해 보자”며 “영국이 프랑스를 GDP에서 10% 앞서고, 생활수준도 높아진 현실”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영국 보수당 정권이 규제개혁을 앞세워 영국병 치유에 나서면서 영국 FTSE지수는 대처 수상 재임기인 79~90년 259%나 상승했다.
그러나 변화에 실패한 프랑스는 25년 이상 실업률 10%대에 머물며 젊은이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제규모는 세계 4위에서 6위로, 1인당 국민소득은 7위에서 17위로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유럽연합(EU)에서 포르투갈에 이어 가장 낮은 2%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8.3%로 가장 높았다.
이로 인해 사르코지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말한 젊은이 유출은 최근 1차대전 당시 프랑스 희생자(130만명)에 육박하는 100만에 달하고 있다. 성공을 수치로 여기는 프랑스를 떠난 젊은이들이 대거 정착한 영국 런던은 프랑스의 7대 도시로 떠올랐다. 사르코지의 딸도 이 대열에 합류해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영국처럼 프랑스도 세계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가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낼지에 대해 회의론도 많다. 선데이 타임스의 칼럼리스트 조나단 밀러는 프랑스의 문제를 “자유가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또 돈 버는 것이 탐욕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우파 경제학자인 니콜라 바브레는 “프랑스의 현안은 21세기 현대화”라며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시대 그 일을 해낼 적임자는 사르코지 뿐”이라고 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