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문화행사에 가면 주한 외교사절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외교사절을 초청하는 것은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외교사절로서도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문화를 알지 못해 생기는 적잖은 에피소드를 피하기 위해서다.
여러 해프닝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한복 때문에 겪은 일화는 외교가에서 유명한 예로 회자된다.
2005년 11월 19일 부산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마친 21개국 정상들이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누리마루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기 몇 시간 전,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비상사태에 빠졌다. 두루마기를 제대로 입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두루마기를 겉옷으로 입는지 안에 입는지 논쟁을 벌이다 외부 사람의 자문을 구해 간신히 제대로 갖춰 입고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당시 사진을 보면 푸틴 대통령의 표정이 그런 사연이 있어선지 밝지는 않다. 러시아대사관이 겪은 고충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주한 외교사절은 한국어를 포함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이들은 외교관을 위해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희대 국제교육원이나 개인 교습을 통해 한국어를 익히며, 서울이든 지방이든 초청받은 문화행사에는 가능한 참석하려고 애쓴다.
한국의 문화를 익히는 것은 외교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일이기도 하다. 대사 부인 중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가장 잘한다는 리우드밀라 펜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 부인은 남편인 대사는 한국어를 못하지만 자신이 잘 하기 때문에 그나마 본국에서 귀빈들이 와도 어렵지 않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많다고 자랑스러워한다.
한국어는 주한 외교사절 중 일본, 중국, 베트남, 몽골 등의 외교관들이 대부분 능통하다. 그들은 대부분 특정 국가나 지역 전문가로 길러지기 때문이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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