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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세금 너무 높다/ "기름 넣으러 가세요?""아니, 세금 바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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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세금 너무 높다/ "기름 넣으러 가세요?""아니, 세금 바치러 갑니다"

입력
2007.05.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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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자는 세무당국의 영원한 ‘봉’인가?‘

휘발유 평균 가격이 최근 ℓ당 1,600원(서울지역 기준)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올린 교통세를 낮춰 운전자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98년 구조조정 재원 마련 차원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부과하는 교통세를 대폭 올린 이후 이를 1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부문에서 거둬들이는 교통세는 휘발유 부문 9조원 등 연간 총 23조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세수 확보가 쉽다는 점에서 교통세 인하를 기피하고 있지만, 운전자들만 ‘봉’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시 교통세를 올린 이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00~1,300원을 넘을 경우 세금을 낮춰 운전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인데도, 세금인하는 식언에 그치고 있다. 교통세 인상 당시의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이하의 낮은 수준이었지만, 최근 60달러대로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유류세 거두기는 문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휘발유 값 급등으로 운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3일 석유공사가 전국의 주유소 980곳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국내 유가 동향에 따르면 5월 둘째주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1,532.98원으로 지난해 8월 다섯째 주의 1,541.41원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평균 1,602.88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600원선을 넘어섰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휘발유 ℓ당 1,532.98원에는 공장도 가격 600.62원에 526원의 교통세와 78.90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139.39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5%), 134.49원의 부가세(공장도 가격과 세금 합계의 10%)가 부과된 뒤 평균 53.58원의 유통 마진까지 붙어 있다. 결국 국민들은 600원짜리 제품을 900원 가까운 세금을 낸 뒤 사고 있는 셈이다.

운전자들은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내러 가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유류세는 환란 당시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부는 98년 1월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를 ℓ당 414원에서 455원으로 올린 데 이어 같은 해 5월 다시 591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이어 9월엔 691원으로 높였다. 환란 전 ℓ당 800원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이 때부터 1,200원선을 넘나들게 됐다.

당시 원ㆍ달러 환율이 2,000원선까지 급등했다 연말엔 1,200원대로 내려 앉은 점을 감안하면 휘발유 값은 내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교통세를 올린 것은 금융 및 기업 구조개혁을 지원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세수 확보의 성격이 강했다. 국가 부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대의 명분 앞에 운전자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당시 국제수지 등을 감안할 때 휘발유 가격을 1,200~1,300원 수준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환란 극복 차원에서 대거 인상됐던 교통세가 이후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교통세는 98년 ℓ당 691원에서 현재 600원대로 다소 하락했지만,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400원대보단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스스로 밝혔던 바람직한 휘발유 가격 수준인 1,200~1,300원대에 맞추기 위해서도 교통세를 낮춰 운전자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창의 관동대 교수는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이 바로 유류 관련 세금을 내리는 것”이라며 “거두기 쉽다는 이유로 서민들 부담이 많은 간접세를 계속 유지하기 보다는 전문직 세원포착 강화 등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턱 없이 높다.

지난해 11월 국제적인 유류제품 가격 조사기관인 에너지데탕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ℓ당 1,441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26원보다 17.5%나 높다.

휘발유의 ℓ당 세금도 875원으로 OECD 평균인 706원보다 많다.

특히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8%나 됐다.

우리나라처럼 비산유국인 일본에서 휘발유 소비자 가격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2.8%에 그치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유류관련 세금을 엄청나게 내고 있는 셈이다.

소득수준 등을 감안하지 않은 절대 가격을 비교한 것이 이 정도다. 국민총소득(GNI)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득 수준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의 휘발유 관련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대한석유협회가 2005년 조사한 자료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주요국의 GNI를 고려한 휘발유 세금 비중은 우리나라를 100이라고 할 경우 일본은 25.6, 미국은 4.7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운전자는 실질적으로는 일본 사람들에 비해 무려 4배, 미국에 비해선 20배나 많은 유류 관련 세금을 국가에 내고 있다는 얘기다.

박일근기자

■ '에너지 자립' 정부 목표 달성 비상

에너지자립도를 평가하는 자주개발률이 하락하는 등 정부의 에너지 자립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 비상시에 대비한 안정적인 유류확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13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원래 목표치인 10%에서 대폭 낮춘 5.9%로 수정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에너지 자주개발률은 지난해 급락했다. 2006년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은 3.2%로, 2004년(3.9%)과 2005년(4.1%)에 비해 떨어지며 2003년(3.1%) 수준까지 후퇴했다.

자주개발률을 2013년 18%까지 높이겠다는 정부의 에너지 자립 정책 구상도 실현이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장기 비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에너지 자주개발률이 떨어진 것은 원유 수입이 전년도보다 4,000만배럴 늘어난 8억8,000만배럴로 석유ㆍ가스 소비 물량은 증가한 반면, 생산 물량은 석유가 2005년보다 19.3% 줄어든 2,510만배럴, 가스는 13.9% 감소한 111만6,000톤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 부문에서 예기치 못했던 감소가 일어났다. 원래 계약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됐던 예멘 마리부 유전은 지난해부터 생산이 종료됐고, 아르헨티나 팔마르라고 유전도 계약이 만료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2002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유전사업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자금난에 몰려 유동성 확보에 급급했던 국내 기업들이 지분을 매각한 유전은 무려 26개에 달한다.

산자부는 2013년 에너지 자주개발률 18%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자주개발률 10% 달성 목표 시점을 당초 2010년에서 2008년으로 2년 앞당기면서 5년 뒤인 2013년에는 18%를 목표로 잡았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해말부터 베트남 11-2, 15-1광구가 생산에 들어갔고, 현재 나이지리아 OPL 321, 323 광구를 비롯해 개발 중인 대형 유전이 많다”며 “자주개발률도 올해 4.2%에서 내년 5.9%로 상승하고, 2013년에는 목표치인 18%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너지 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 있는 유전 개발을 장담하기 어렵고 생산 광구의 매입도 유전 보유 국가의 경제ㆍ사회적 사정에 따라 여의치 않을 수 있는데, 정부가 목표를 높게 잡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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