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으로 서울대를 중퇴하고 밤무대에 서야 했던 40대 무명 여가수가 복학과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두 가지 꿈을 이뤘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2학년으로 재입학한 양미정(42ㆍ여)씨는 20일 MBC ‘가요큰잔치’와 21일 KBS ‘가요무대’를 녹화한다.
양씨는 1984년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학비는커녕 가족의 생활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양씨는 큰 어려움 없이 밤무대에 섰다. 그래도 하룻밤에 10번 넘게 공연하는 강행군, 때로는 일감이 없어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생활은 견디기 힘든 고역이었다.
졸지에 가장 노릇을 하게 된 양씨는 그렇게 마이크에 의지한 채 20여년 무명 트로트가수의 삶을 보내야 했다. 양씨가 빛을 보게 된 것은 2004년. 라이브 무대에서 갈고 닦은 가창력을 인정 받아 그 해 첫 음반을 냈다. 반응이 좋아 2005년에는 2집도 발매했다.
활력을 되찾은 양씨는 지난해 2월 서울대의 문을 두드렸다. 스스로 학교 문을 걸어 나온 양씨였지만 학교는 흔쾌히 재입학을 허용했고, 배움에의 한을 푼 양씨는 노래를 병행하면서도 평균 학점 3점(B)을 넘는 성적을 올렸다.
‘복학생 큰 언니’인 양씨는 “학교 캠퍼스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는데 재입학하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학생들과도 굉장히 친해져 노래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수일도 잘 풀리고 있다. 4월에는 한 기획사에 스카우트돼 전문 매니저까지 생겼다. KBS 전국노래자랑의 ‘딩동댕 아저씨’인 작곡가 박성훈씨는 “현철, 현미, 현숙 등 선배 유명가수처럼 ‘현’자로 시작하는 외자 이름이 뜬다”며 ‘현자’라는 예명도 지어줬다.
올 가을에는 5년 동안 한결 같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예비신랑(47)과 화촉을 밝힌다. 양씨는 “교내에서 조그만 콘서트를 열어 나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익금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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