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사람이 없는데 에어컨 떼다가 재설치할 일이 있습니까. 일주일에 다섯날을 공쳤습니다. 작년에는 한달에 한번 쉴 정도로 바빴는데…”
에어컨 설치기사 최 모(29)씨는 최근 이사짐센터 하청업체에서 대형 가전제품 유통점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는 이사에 딸려 가는 에어컨을 새집에 설치해 주는 일을 했지만, 주택매매가 뚝 끊긴데다 세입자들도 웬만하면 눌러 앉으려는 경향이 많아지다 보니 일감이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봄 이사철이면 하루에 200여곳에서 일감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20% 수준으로 격감했다.”
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부동산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주름살도 깊어져 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과 강도 높은 담보 대출규제로 인한 주택경기 침체의 불똥이 공인중개업, 법무사업, 이삿짐센터 등 부동산 관련 업종으로 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수도권 주택거래 신고지역 1주일 거래량이 3,306건이었지만 올해 4월에는 213건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서울 강남 송파 강동 목동 등 버블세븐 지역은 4월 한 주 거래량(168)이 작년 10월 한 주(2,473)의 6.8%수준으로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택거래 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공인 중개사들은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다. 실제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2월 공인중개사 폐업 업소는 1,681곳에서 한달 새에 2,173개 업소로 급증했다. 강남 신사동에서 영업중인 공인중개사 김모(33)씨는 “거래 물량이 없어 집이나 상가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연명했지만 이마저도 씨가 말라 지난달에는 전세 1건 중개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털어놨다.
법무사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유권 이전등기나 근저당권 설정 의뢰가 거의 없는데다 출혈경쟁까지 겹쳐 문을 닫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개업 3년 만에 문을 닫은 법무사 박모(52)씨는 “평균적으로 예년보다 일감이 40%정도 줄었다”며“이럴 바엔 월급쟁이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 법인으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모델하우스 도우미 파견 업체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에 분양을 서두르는 건설업체가 많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쪽의 반응이다. P업체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민간주택 수요가 줄 수밖에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강민석 연구위원은 “주택은 다양한 업종이 결부된 상품이기 때문에 주택거래 실종은 다른 업종 불황으로 연결된다”며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수요자들도 주택구입을 미루는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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