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어 보는 빨간색 유니폼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마치 오랫동안 입고 있는 낡은 청바지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일까. 얼굴엔 활력과 기쁨이 넘쳤다. 후배들과는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고 코치들에겐 어리광도 부렸다.
지난 11일 한국에 들어온 ‘KIA맨’ 최희섭(28)이 13일 첫 프리배팅 훈련에 참가했다. 이날 오전 10시 광주구장에 나온 최희섭은 곧바로 빨간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이건열 타격코치와 함께 티배팅 훈련에 들어갔다.
이어 배팅볼 투수를 상대로 30분 가량 프리배팅을 했다. 프리배팅 타구 150개 가운데 10개 가량이 담장을 넘어갔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지만 타구의 질이나 방망이 스피드는 나무랄 데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
타격훈련을 마친 최희섭은 베이스 러닝으로 몸을 푼 뒤 1루수 미트를 끼고 20분 가량 펑고를 받은 것으로 이날 훈련을 마무리했다. 훈련을 끝내고 덕아웃에서 쉬고 있던 최희섭을 만났다. 최희섭은 인터뷰 내내 환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10년 만에 어머니가 해주신 밥 먹으니 좋아요”
최희섭이 광주 운암동 집에서 ‘출퇴근’하며 야구를 한 것은 정확히 10년 만이다. 최희섭은 광주일고 3학년이던 97년 이후로는 광주에 없었다. 98년엔 고려대에 진학했고 99년부터는 미국생활을 했다.
“부모님이 어쩔 줄 몰라 하시더라고요.” 최희섭의 부모인 최찬용, 양명순씨는 12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희섭아, 네가 오니 너무 기쁘다.” 최찬용, 양명순씨는 운동장만한 최희섭의 등을 두드렸다.
비록 메이저리거의 꿈은 접었지만 즐겁기는 최희섭도 마찬가지.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국을 먹으니 행복하더라고요. 망설이고 고민도 했지만 KIA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역시 집이 편하네요.
3연타석 홈런은 잊지 못할 훈장
2002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뒤 2003년 풀타임 빅리거가 된 최희섭은 LA 다저스 시절이던 2005년 ‘대형 사고’를 쳤다. 최희섭은 5월11일 미네소타전에서 홈런 두 방을 터뜨리더니 이튿날 홈런포 1개를 추가했다. 그리고 13일 같은 팀과의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5년 동안의 메이저리그(2002~2006년) 생활 동안 2002년 데뷔 경기,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던 것 그리고 3연타석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3연타석 홈런은 영원히 잊지 못할 훈장이죠.”
우승 먹고 결혼
최희섭은 지난해 12월18일 일본 후유그룹 회장 딸인 아스다 아야(30)씨와 약혼식을 가졌다. 일본 굴지 그룹의 딸이자 미모까지 갖춘 재원인 아스다씨는 LA의 일본어 TV 방송 리포터 출신으로 현재는 도쿄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아직 날짜를 잡지는 않았지만 둘은 올해 말 결혼을 약속했다. 최희섭은 인터뷰 내내 아스다씨를 ‘와이프’라고 칭했다. 그러다 조금은 쑥스러웠던지 이내 ‘피앙세’라고 호칭을 슬쩍 바꿨다.
아스다씨는 최희섭이 계속해서 미국에서 뛰거나 일본으로 오기를 바랐다고 최희섭은 털어놓았다. 하지만 최희섭의 의사를 존중해서 “한국에서 멋지게 성공하라”며 한국행에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피앙세가 너무 바빠서 한국에 올 계획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조만간 한국으로 와 응원하지 않겠어요? 피앙세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잘 해야죠. 멋지게 우승하고 멋지게 결혼할 겁니다. 아껴주시고 축복해 주세요.”
광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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