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4일 4자 회동 이후 거의 매일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과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11일은 공개 일정도 갖지 않은 채‘쉼표’를 찍었다.
이날 외부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난 박 전 대표는 주말과 휴일에도 공개일정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35분께 삼성동 자택을 나섰다. 집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오늘은 개인적인 모임이 있어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나중에) 캠프 가서 하자”고만 했다.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의 모드 전환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였다. 모종의 깜짝 카드가 나오거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하지만 캠프측은 보도자료까지 내고 “원래부터 공개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며 “활발하게 개인 일정을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칩거 중’ ‘장고 중’이란 표현도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 측근은 “확고한 입장이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로선 칩거하거나 장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의 ‘쉼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단은 “중재안 거부”,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는 고강도 발언에 대한 강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답을 기다리며 향후 대응 기조와 수위를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내주에도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의 보였던 입장의 연장선에서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계속 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강 대표가 ‘의원직 사퇴’까지 내걸며 배수진을 쳤지만, 캠프는 “당 대표의 발언으로 적절치 못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중재안이 전국위에서 처리되는 데 여전히 반대한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그러면서 정치적 결단을 숙고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만간 강 대표 등 지도체제에 대해 새로운 그림을 그릴지 모른다는 소문이 있고,경선 불참과 탈당을 선택지에 포함시켜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측근 김무성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깨끗한 승부는 깨끗이 승복하겠지만 부당한 승부는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캠프의 공식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압박용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근은 “현재로선 경선불참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고 나아가 탈당은 있을 수 없다”며 “박 전 대표는 현재 본인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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