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진행된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양측간 큰 대립 없이 11일 끝났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논란이 됐던 민감 농산물의 개방,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EU는 기본적으로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해 협상을 수월하게 했다.
물론 지적재산권 강화 요구 등 EU측의 공세가 거센 분야도 있지만 1차 협상과 같은 분위기라면 1년 내 협상타결 목표도 달성 가능하다는게 정부 분위기다.
EU의 협상태도는 미국과 사뭇 달랐다. 농산물ㆍ문화 분야에서 상대국가의 민감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EU의 전통 때문이다.
양측은 민감 농산물은 개방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농산물을 포함한 전체 상품 중 최소 95% 이상으로 개방 하한선을 설정했다. 한미 FTA에서는 100%에 육박하는 품목이 개방 대상이 됐다.
미국이 FTA 협상과 연계해 끊임없이 압박했던 쇠고기 수입도 EU는 “FTA의 대상이 아니다”고 정리했다. EU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협상에서는 주류, 명품의류 등 분야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자동차, 화장품 등에서의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의 요구가 쟁점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EU가 요구하는 ‘지리적 표시제’의 강화. 거의 보통명사화한 유럽의 상품 등은 사실 유럽의 생산지명을 딴 게 많다.‘샴페인’은 사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포도주를 뜻하는 말이고, ‘코냑’도 프랑스 코냐크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가 원료인 브랜디를 뜻한다.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지역, ‘보르도’는 프랑스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보르도 일대에서 생산되는 술을 의미한다.
김한수 한국측 수석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통해 이미 와인, 증류주의 지리적표시제는 도입돼 있다”며 다른 상품 분야의 지리적 표시제 강화가 쟁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상표권 보호를 위해 짝퉁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주름제거, 미백 등 각종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심사를 간소화하라는 것도 EU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자동차 기술ㆍ환경ㆍ배기가스 표준도 EU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건축사, 간호사, 수의사 등 전문직 자격증 상호 인정과 금융ㆍ해운ㆍ시청각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EU가 관세보다는 비관세 장벽 철폐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관세 철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장차가 있다. 양측은 6월말 상품 품목별 관세철폐 시기와 수준을 담은 양허안을 교환한 뒤 7월 16~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차 협상을 갖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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