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속에는 거인 콜로가 산다. 무시무시한 거인이 사는 집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새들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어느날 길을 잃은 네 명의 도둑이 거인의 집에 숨어 든다.
제 버릇은 버릴 수 없는지, 대담하게도 배가 고픈 도둑은 사과를, 목이 마른 도둑은 포도주 통을, 자신의 당나귀가 지쳐버린 도둑은 말을 훔치려 한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도둑 한 명은 동료들에게 집 밖 나무 위에 올라가 사랑에 빠진 여인을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눈치 빠른 거인에게 자신들의 절도 행각(?)이 들통나자 이들은 줄행랑 치지만, 천둥같이 거대한 말을 탄 콜로는 커다란 몽둥이를 흔들며 이들을 뒤쫓는다. 죄를 지으면 이렇게 벌을 받고 마는 것일까.
가련한 도둑들이 거인에게 붙잡히려는 절대절명의 순간.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워지고 거인은 말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상사병에 걸린 도둑이 나무 위에 올라가 달을 따왔기 때문이다.
기발한 반전도 놀랍고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텍스트라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사랑에 빠진 도둑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이라면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처럼 ‘진짜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라고 중얼거릴 수도 있겠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모범적인 아이라면 ‘남의 물건을 훔치면 벌 받는다’는 교훈을 새길 수도 있겠다.
자신이 필요한 것만을 위해 노력하는 다른 도둑들과 달리,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는 달 훔친 도둑을 보면서 ‘이타적인 마음씨’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수도 있겠다. 곁다리 장식의 역할을 넘어,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리듬을 맞춰 가는 차분한 삽화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초등학교 1ㆍ2학년용.
콜로와 네명의 도둑 / 장 클로드 무를르바 글ㆍ아자벨 샤텔라르 그림ㆍ이효숙 옮김 / 솔 출판사 발행ㆍ48쪽ㆍ7,000원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