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11일 사퇴 카드까지 빼들었지만 박 대표측 진영은 “우리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5일 상임전국위에서의 중재안 상정과 표결을 앞둔 양 진영은 이미 전투 모드에 돌입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두 대선주자 간에 극적 합의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을 접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금의 강경 대응을 접고 U턴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미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박 전 대표측 곽성문 의원은 “강 대표의 뜻이 어떻든 우리는 상임전국위에 안이 올라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규정한 강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수정한 역제안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캠프에선 “박 전 대표의 기질을 모르느냐”며 고개를 젓는다. 물론 중재안 표결을 놓고 당이 공황 상태에 빠지면 ‘애당심’이 트레이드 마크인 박 전 대표가 결국 당을 살리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도 남아 있다.
오히려 정가에선 이 전 시장의 통 큰 결단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앞서고 있는 이 전 시장이 경선준비위에서 합의한 ‘8월- 20만명안’ 중 평균투표율로 여론조사 4만표를 환산한 방안(박 전 대표측 방안)을 받거나 강 대표 중재안에서 여론조사 가중치 규정만 제외한 방안을 수용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은 강 대표의 중재안 중 나머지 조항에 대해선 큰 불만이 없기 때문에 이 전 시장측이 여론조사 가중치 규정만 제외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또 양보를 하란 말이냐” (박형준의원)며 펄쩍 뛴다. 그러나 캠프에선 “서로 다시 한번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정종복 의원)는 온건론도 있다.
당의 중간지대 인사들과 원로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이미 김형오 원내대표나 홍준표 의원 등이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한 상태이지만 두 주자측 모두 제3의 안을 쳐다보지 않는다.
나경원 대변인은 “강 대표의 중재안과 박 전 대표의 경선안을 전국위에 함께 상정해 표결에 붙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 일각에선 양측의 대치로 중재안의 전국위 처리 실패, 8월 경선 무산의 진통을 겪은 뒤 대선 시간표에 쫓겨야만 벼랑끝 타협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