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아들을 때린 술집종업원에 대한 보복 폭행으로 김승연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자, 그룹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측은 이번 사건이 경제 범죄도 아니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김 회장에 대한 불구속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구속으로 결론나자 그룹 수뇌부는 물론 임직원들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향후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한화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 공백은 없으며, 김 회장의 일선 후퇴도 없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김 회장도 이날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앞으로 기업경영에 전념,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일구는 것이 국민과 한화 임직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일 것”이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한화는 계열사들이 최고경영자(CEO) 등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이미 자율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데다, 그룹 공통의 업무는 금춘수 그룹 부사장(경영기획실장)이 통합 관리하고 있는 만큼 경영 차질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고문 역할을 하는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도 회사안정을 위한 경영자문에 나설 것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긴급 사안의 경우 직접 김 회장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경영상의 큰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룹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김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됨에 따라 사안에 따라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및 신규투자는 김 회장이 직접 챙기는 굵직한 현안들이다. 그룹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경우 김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솔직히 의사결정 과정 상에서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 초 새로운 기업이미지통합(CI) 로고를 선보인 이후 한화석유화학의 중동 진출과 금융업의 중국 시장 안착 등 적극적인 해외 활로 개척을 모색해 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경영 시스템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김 회장의 구속이 장기화할 경우 효율적인 그룹운영이나 신규사업에 대한 지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화 측은 앞으로 재판과정을 통해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진실과 다른 부분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한 일부 방송 신문 등에 대해서는 옥석을 가리는 차원에서 법적 대응도 검토키로 했다. 또 김 회장 개인 사건을 한화라는 기업 전체나 대기업의 문제로 부각시켜 기업이미지에 손상을 준 점 등은 분명하게 짚겠다는 게 그룹 입장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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