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21일 경기 안산시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간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아침부터 봄비가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내렸지만 관중석을 가득 메운 4만 명의 관중들은 아무 걱정 없이 최정상급 스타들이 펼치는 야구의 진수를 만끽한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이제 더 이상 꿈 같은 얘기가 아니다. 야구계의 최대 숙원인 돔구장이 마침내 건립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오전 10시 안산시청 제1회의실에서 신상우 KBO 총재와 박주원 안산시장이 돔구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안산시 초지동 종합운동장 옆 체육시설 부지 5만 9,000평에 건설되는 4만석 규모의 ‘와∼스타디움’(가칭) 돔구장은 안산시가 땅을 제공하고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이 각각 민간자본 유치와 건설 및 지급보증을 맡게 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돔구장처럼 야구장과 호텔, 콘서트홀, 주상복합 빌딩 등이 함께 들어서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된다.
총 건설기간은 약 6년, 비용은 7,000억~8,0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돔구장 건설에는 부지 형질변경과 정식 계약 체결 등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3년6개월 정도가 걸릴 전망이어서 이르면 2012년부터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도쿄 돔처럼 연중 120일 가량을 야구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기간은 각종 콘서트 등 문화공연의 장으로 활용,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KBO 고위관계자는 “안산시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야구 열기가 높아 저변도 좋다”고 평가한 뒤 “대구나 부산, 광주 등 다른 대도시들도 돔구장 건설에 관심을 갖게 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BO는 그 동안 안산시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 성남시, 대구시와 돔구장 건립 문제를 협의해왔고 안산시와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첫 결실을 맺었다.
안산 돔구장을 어느 팀이 사용하게 될지는 아직 예상할 수 없다. KBO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새롭게 창단하는 팀이나 현대를 인수하는 팀, 기존 구단 중에서 연고지 이전을 희망하는 팀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모든 결정은 KBO 이사회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돔구장 건설은 한국 프로야구를 질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촉매제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한국도 명실상부한 전천후 야구장을 갖게 됨으로써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다. 또 돔구장 건설과 맞물려 신생팀 창단이 연쇄적으로 이뤄진다면 수년간 정체상태에 빠져 있던 프로야구는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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