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들이 풍만해지고 있다. 아담하고 마른 몸매가 특징이었던 일본 여성들의 체형이 서구식 식생활로 인해 가슴과 엉덩이는 크고 허리는 가는 ‘모래시계형’으로 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주말판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금 일본의 의류매장들은 앞다퉈 큰 사이즈의 옷을 들여놓느라 정신이 없다.
전에는 2, 3개 치수 정도면 충분했는데, 이젠 ‘봉큐봉(‘볼록-잘록-볼록’하다는 뜻) 룩’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가슴과 엉덩이 둘레는 크고 허리 치수는 작은 옷을 필수적으로 갖춰놓아야 한다.
큰 치수의 옷들을 매장 구석에 밀어놨던 도쿄의 최고급 백화점 이세탄은 랄프 로렌, DKNY 등 외국 브랜드의 빅 사이즈 옷들을 눈에 띄게 진열해 놓고 있다.
가슴이 커보이게 만드는 ‘뽕브라’로 히트를 쳤던 고급 속옷 브랜드 와코루도 브래지어 안에 패드를 거의 대지 않고 가슴골을 강조하는 러브 브라를 출시, 불티나게 팔고 있다. 일본 여성들의 몸매가 곡선미가 두드러지는 글래머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여성들의 평균 엉덩이 둘레는 한 세대 전보다 2~3㎝ 늘어난 89㎝. 가슴둘레도 일본의 20대 여성들은 자기 어머니들보다 최소 두 치수 큰 브래지어를 입고 있다.
반면 허리 사이즈는 다소 줄어들어 젊은 여성들의 콜라병 같은 곡선미가 두드러진다. 여기다 키까지 훌쩍 커져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은 1950년대보다 7㎝ 정도 늘어났다.
일본 여성들의 이 같은 신체 변화는 주로 서구식 식생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을 분석한다. 대부분 생선과 야채, 두부로 구성되던 식단은 이제 육류와 유제품, 크림 도너츠와 아이스 크림 같은 정크푸드에 심각하게 편중됐다. 시니치 타시로 쇼와 약대 교수는 “사춘기 소녀들의 경우 잉여 지방의 섭취가 가슴과 엉덩이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상 디자이너들이 이런 체형의 변화를 가장 먼지 감지했다. 패션 브랜드 ‘에고이스트’를 만든 가즈야 기토는 풍만한 몸매가 여성들로 하여금 덜 정숙한 옷을 입고 싶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 2001년 가슴을 강조하는 몸에 꼭 끼는 의상을 디자인했다.
당시 초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있었지만 가슴은 드러내지 않던 분위기라 패션계는 기토의 이 발상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화려한 속옷을 드러내는 속이 훤히 비치는 스웨터와 브래지어가 드러날 정도의 짧은 블라우스 등 기토의 ‘시스루(see through) 룩’은 빅히트 했다. 기토는 “이제 일본 여성들은 균형잡힌 몸매를 갖췄기 때문에 이런 옷들을 소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키 165㎝에 가슴과 엉덩이 둘레가 모두 89㎝인 광고회사 직원 나미 사카마토(26)는 “그동안 나한테 맞는 버튼다운 스커트를 못 찾아 억지로 입은 스커트의 단추가 떨어져 나간 일도 많았다”며 패션계의 ‘빅 사이즈 트렌드’를 환영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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