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반란 지도자 스파르타쿠스(?~BC 71), 희대의 폭군 네로(54~68), 유대 민족을 무릎 꿇린 황제 티투스(39~81).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문제적 인간’들이 소설로 부활했다.
작가는 막스 갈로. 파리 정치학 연구소 교수를 역임한 역사학자이자 소설, 에세이, 평전 등 장르를 넘나들며 90여 권의 저서를 쏟아낸 ‘프랑스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작가는 평전 및 역사 인물 소설 집필에 공을 들였다.
학식과 문예를 겸비한 작가가 실력 발휘하는 데 가장 적격인 장르인 셈이다. 국내에도 번역된 소설 <나폴레옹> (1997)는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프랑스에서만 80만 권이 팔렸다. 나폴레옹>
이번에 번역된 소설들은 작가의 2006년작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5권) 중 일부다.
이들은 무엇보다 소설적 재미에 충실하다. 갈로는 1인칭(네로, 티투스), 3인칭(스파르타쿠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형식적 변주를 가한다.
새롭게 창조한 인물을 윤활제 삼아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군상을 엮어내는 솜씨하며, 간결한 서술과 역동적인 대사를 교차시켜 일말의 지루함마저 허용치 않는 입심이 독자를 찬탄케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콘스탄티누스 관련 작품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하지만 갈로는 한시도 자신이 역사가임을 잊지 않는다.
옷차림이나 인물의 행동거지 등에는 당대 생활상을 고증하는데 그가 기울인 노고를 반영해 준다.
20년 경력의 전직 정치인답게, 작가는 정치 현실 밑바닥에 똬리를 튼 심리와 인간 관계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미시적 생활사보다 거시적 정치사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작품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한다.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드골 등 근현대사 인물을 주로 다뤄온 갈로는 왜 멸망한 지 1,500년도 더 된 고대 로마로 눈길을 돌렸을까.
그는 “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무수한 작품이 보여주듯 현대 예술가들에게 로마 세계는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라며 “우아한 세련과 혐오스러운 야만이 공존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와 고대 로마는 닮은 꼴이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이 재담꾼의 로마 이야기에 홀린 참에 당대 최고 시인 베르길리우스(BC 70~BC 19)의 걸작 <아이네이스> (천병희 옮김, 숲 발행)도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네이스>
패망한 트로이의 후예 아이네이스가 천신 만고의 방랑 끝에 로마를 세운다는, 건국 신화이자 장편 서사시다. 서양 고전의 원전 번역을 천착해 온 천병희 단국대 교수가 2년 여에 걸쳐 라틴어 번역을 새롭게 손질한 결과다.
스파르타쿠스의 죽음·네로의 비밀·티투스의 승부수 / 막스 갈로 지음ㆍ이재형 옮김 / 예담 발행ㆍ각권 328~400쪽ㆍ각권 9,800원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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