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김 회장은 12일 새벽 창백한 표정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돼 몸 수색을 받은 뒤 4평짜리 독방에 들어섰다. 김 회장이 첫날 밤을 보낸 남대문서 유치장에는 쇠창살로 나뉜 16개의 방이 있는데, 김 회장 외에 마약 절도 폭행 등을 저지른 7명이 3개의 방에 분산 수용돼 있다. 경찰은 초유의 대기업 총수 유치장 입감을 앞두고 10, 11일 이틀간 물청소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대기업 총수라도 특혜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동료 수감자들과 똑같이 오전 7시에 일어나 밤 9시30분이면 자야 한다. 12일 아침부터는 국 없는 보리밥에 단무지 김치 등 3가지 반찬만 나오는 1,400원짜리 관식이 제공된다. 경찰 관계자는 “사식도 관식에 계란 프라이와 국이 추가된 2,500원짜리 경찰서 식당밥뿐”이라며 “다른 음식물은 반입 금지”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서 유치장 수감의 이점도 있다. 구치소에선 미결수라도 수형복으로 갈아 입어야 하지만 유치장은 사복을 입는다.
김 회장은 앞으로 최장 10일 동안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은 후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넘겨지면 서울구치소로 이감된다. 검찰이 최장 20일 동안 구속 상태로 수사해 기소하면 법원은 통상 경찰 검찰에서의 구속 기간을 포함해 6개월 이내에 1심 선고를 하게 된다.
물론 그 전 단계에서 석방될 수 있다. 김 회장은 기소 전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거나 기소 후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구속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예는 흔치 않으나 구속된 재벌총수들이 건강악화,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풀려난 경우는 적지 않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