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한 범여권 정치인들은 모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4ㆍ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데다 최근 경선 룰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간의 대립이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범여권에서는 “여권이 뭉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기획통 의원은 11일 “한 쪽 진영이 경선 룰과 관련해 위헌 소송을 내는 등 극한으로 치닫다가 한나라당이 깨질 경우 범여권이 결집해 승리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엔 중재 세력이 없기 때문에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분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표 분산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전투구로 내상을 입은 두 주자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두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경선 패배자의 지지층이 승자에게로 넘어가지 않게 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한나라당 사태에 크게 기대를 걸 것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결국 갈등이 봉합될 경우 국민 관심이 온통 한나라당에 쏠려 범여권 대통합 과정의 흥행을 가로막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노(非盧) 진영의 한 의원도 “11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대표의 회동에서 보듯 통합의 물꼬가 트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마당에 한나라당의 분열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며 “범여권 통합에 실패해 4자 구도로 가면 인물 대결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패색이 더 짙어진다”고 말했다.
범여권 여러 세력 중 민주당의 표정이 가장 밝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든 말든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세력과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 양분되면 대선에서 필패라는 점을 잘 아는 범여권의 여러 세력의 민주당 구애가 더 간절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은 겉으론 “친정(한나라당)이 잘 되길 바란다”고 표정 관리를 하지만, 한나라당이 깨질 경우 자신의 ‘탈당 멍에’가 어느 정도 벗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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