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1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이산가족 상봉장 판문점 설치 등 대북정책 구상을 밝히고, 비무장지대(DMZ) 내 평화단지 조성도 제안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의 경선 룰 중재안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로서의 민생 정책행보를 의연하게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 전 시장은 경선 룰 논란에 대해선 우회적 표현으로 박 전 대표의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 캠프측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끝내 거부하면 전국위 표결로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더욱 굳히는 분위기였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판문점에 상설 이산가족 상봉장을 만들어 많은 이산가족들이 쉽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남북이 합의만 하면 1년 안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열의 상징인 판문점을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바꿔야 한다”며 “DMZ에 평화를 상징하는 콤플렉스(단지)를 조성하고 유스호스텔, 체육관, 공연장 등을 지어 남북의 주민 학생들이 쉽게 이용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전 시장은 정책발표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경선 룰 논란에 대한 질문엔 언급을 삼갔다. 박 전 대표의 “1,000표 줄 테니 원안대로 하자”는 발언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농담이라면 이해가 가능하지만 아니라면…”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면서 “일주일전에 박 전 대표가 나를 향해 당을 흔들지 말라, 강재섭 대표를 흔들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강 대표를 더 이상 어렵게 하지 말고 중재안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는 또“당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표도 누구보다 당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측근 의원들의 발언은 강도가 높았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고 박 전 대표의 수용이나 전국위 표결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인식이다. 박형준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중재안 거부가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미세조정이나 재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우리가 더 이상 양보 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측이 동정론을 기대하는 듯 한데 이게 동정 받을 사안이냐”며 “우리쪽이 오히려 더 부글부글 끓는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강 대표의 쇄신안을 지지했던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거부한 것은 황당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전국위 표결을 대비한 세 점검을 서두르는 기류도 감지됐다. 진수희 의원은 “전국위에서의 표 대결을 나쁘게만 볼게 아니다”며 “현재로선 당이 진행하는 절차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제일 좋기로는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타협하고 합의하는 게 좋다”(정종복 의원)는 온건론도 있지만 묻히는 분위기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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